충북·경남·부산교육청 등 사전기획 학교 묶음 용역..."개별 용역으론 물량 맞추기 어려워"
현장 "학교 특성 반영 사전기획 길게는 2년까지 하는데...3개월로 안내한 교육부가 문제"
[교육플러스=지성배 기자] 시도교육청이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의 핵심인 ‘사전기획’ 용역 공고에서 학교 4~8개를 묶어 진행해 '덤핑처리'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청들은 사업 대상교가 너무 많고 업체 등 인프라도 부족해 개별 공고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은 학교 구성원 의사를 반영하는 ‘사용자참여설계’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 부분이 사업의 핵심이다. 교육부는 이를 ‘사전기획’ 제도를 통해 구현하고 있다.
그린스마트미래학교 홍보자료집(2021)에도 ‘구성원이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공간과 시설을 스스로 제안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충북, 경남, 부산 등 교육청들이 4~8개교식 통으로 묶어 공고를 내면서, 개별 학교 맞춤형 설계가 불가능한 행정편의주의적 업무 처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청 홈페이지에 따르면, 충북교육청은 35개교를 6~8개교씩 묶어 5개의 공고를 냈으며, 경남교육청은 42개교를 6개교씩 묶어 7개의 공고를 냈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1곳에서 응찰을 했다. 업체가 많지 않다 보니 현실적으로 학교를 묶을 수밖에 없었다”며 “용역 수행 업체에서 건축사를 찾아 일을 맡기는 방식으로 진행해 건축사 별로 학교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42개교나 되다 보니 개별적으로 용역을 내 진행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경남은 물리적으로 가까운 학교, 또는 과업이 유사한 학교 등을 6개교씩 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전기획은 단위학교 사용자들이 참여하고 그들의 의견이 설계 과정에 반영되게 하는 것”이라며 “처음 하는 것이라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이를 줄이고 목적 달성을 위해 업체 및 건축사들에게 학교 의견 반영을 특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하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 늦어진 출발과 3개월로 짜여진 ‘사전기획’ 기간
교육부는 4월 한국교육시설안전원을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전문지원기관으로 선정하고, 지난 1일 484개 대상교를 선정했다. 1년의 절반을 지난 시점에서 사업이 학교에 닿게된 셈이다.
학교공간혁신 전문가(교수)는 “영국 등에서는 학교공간혁신을 추진하는 데 1~2년까지도 소요한다. 학교에서 생활하는 사람과 함께 바꿔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숫자가 많고 적고를 떠나 현재 교육부가 안내한 3개월이라는 시간은 질적 부분을 보장할 수 없다. 형식적으로 참여설계를 진행한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3개월이라는 기간은 교육부가 안내한 자료에서 찾을 수 있다. 교육부는 올해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조성을 위한 사업 안내서'를 발간하고 시도교육청에 안내하며 사전기획 기간 예시를 3개월로 구성했다. 물론 학교 등 사정에 따라 변경 가능하다고 표기했지만, 교육청들이 사전기획 공고를 묶어 내는 것은 결국 교육부 지침서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충북교육청은 3개월, 경남교육청은 4개월을 용역 수행 기간으로 적시했다.
그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에 사전기획이 들어간 것은 학교 공동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마스터플랜을 만들라는 것이고 학교 비전과 교육과정을 반영, 현실을 분석해 풀어간 기획서를 바탕으로 설계를 하기 위함”이라며 “묶음 공고를 내면 한 업체가 여러 학교를 할 것 아닌가. 학교 개별적 특성을 살리기 보다 판에 박은 듯한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이어 “참여설계가 가진 본래 의미와 내용이 충실한 질적인 사업이 되길 바란다”며 “사업 출발이 늦어진 만큼 담당자는 고충이 있겠지만 취지에 맞도록 사업 기간 및 예산 집행 등에 있어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현장에서도 짧은 기간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첫해에 너무 무리하게 밀어 붙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공간혁신사업을 해 온 일선 교사는 “서울 A초등학교의 경우 사전기획 기간을 6~7개월 진행해 구성원 의견이 잘 반영된 공간이 나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3~4개월이라는 시간은 학교 내부적으로 공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 형성이 필요한 만큼 너무 빠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출발이 늦어졌고 첫 해이다 보니 모르는 것도 많은 상황이다. 올해는 진짜 하고 싶은 학교를 추려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 확대하면 될 일"이라며 "정부 차원 사업이라고 현 정권 마지막 해인 올해 어떻게든 성과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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