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미래학교 선정 후 학운위 및 내부 의견 수렴 진행...“터질 게 터졌다”
교육부, 교육청별 물량 지정 통보...“문제 터지면 시도교육청이 비난 받는 구조”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선정을 반대하는 서울 대곡초 앞에 높인 근조화환.(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선정을 반대하는 서울 대곡초 앞에 높인 근조화환.(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교육플러스=지성배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그린스마트미래학교(미래학교) 사업 대상교를 선정하며 교육부가 제시한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등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같은 과정에 교육부의 '물량 압박'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앞서 교육부는 미래학교 전환을 위해 2025년까지 총 2835개동을 증개축 및 리모델링하기로 했으며, 사업 첫 해인 올해는 761동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책정한 바 있다.

<교육플러스>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서울시교육청에는 전국의 17.5%인 총 374동을, 경기도교육청에는 13.4%인 286동을 배정, 올해 각각 102동과 78동을 배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미래학교에 선정된 서울 강남구 대곡초 학부모들은 미래학교 선정을 철회해달라고 서울시교육청에 요청했다. 학부모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경원중 역시 반대 의사를 밝히는 학부모들이 등장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1년 내외로 예상되는 공사 기간, 학생들이 쓸 모듈러 교실에 대한 안전 문제 등 해결책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며 “대곡초는 안전등급이 'B'로 문제가 없다.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대에 나섰다.

발단은 서울시교육청이 그린스마트 미래학교를 먼저 선정한 후, 학운위와 내부 설문조사 등을 통해 학교 구성원 의견을 수렴했다는 데 있다. 이 절차가 교육부 안내와 달랐다는 것이다.

(위)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종합추진계획 일부 캡처 및 (아래)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안내서 일부 캡처.
(위)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종합추진계획 일부 캡처 및 (아래)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안내서 일부 캡처.

앞서 교육부는 지난 2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하며 ‘학교가 교육청에 사업 신청을 할 때에는 학운위 등을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하라고 안내했다.

교육부가 내린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안내서'에서도 "사업 수요조사를 통해 신청한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청별 선정"으로 되어 있다. 

즉 학교가 사업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수요 조사는 필수 과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부 안내에 맞춰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구성원의 참여 의지가 성패를 가르기 때문에 안내에서 부터 학운위 개최, 학부모 동의율 등을 조사하도록 했다”며 “일부에서 반대할 수도 있지만 의사를 확인하는 소통 과정을 통해 해소하며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 사항이 '의무'는 아니라고 설명해 서울시교육청과 같은 사례가 나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업 계획에는 학운위 등을 거쳐 추진 여부를 결정하라고 되어 있으나 의무 사항은 아니다”라면서도 “단순 시설 사업이 아닌 미래교육과정에 적합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 학교의 추진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도교육청 실무진들도 "담당자 회의에서 교육부에서 시도교육청 사정에 맞춰 진행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공개 문서에는 '의무'처럼 표기하고 내부적으로 재량을 허용하니 결국 문제가 발생하면 교육청만 비난의 대상이 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 파견 경력이 있는 교사는 “정부 문서에 기입된 것은 당연히 필수사항이다. 필수사항 아니면 아니라고 표시한다”며 “교육부가 교육청의 사정을 봐주는 척 하면서 문제가 되면 빠져나갈 방법을 만든 것”고 지적했다.

이어 “소수로 진행하던 공간혁신사업이 정부사업으로 대폭 확대되고 교육청에 물량까지 지정해 내려 보내니 제대로 된 절차를 진행할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공간혁신사업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한  평가 없이 미래학교에 그대로 적용하니 계속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간혁신사업을 해 온 교사 역시 “지금은 공간혁신사업을 되돌아보고 장단점을 파악할 시기”라며 “안 그래도 교육공간에 대한 온전한 이해가 있는 건축사들이 부족한데, 이렇게 확대하면 결국 일반 시설 사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미지=그린스마트미래학교 홍보자료집 캡처)
(이미지=그린스마트미래학교 홍보자료집 캡처)

그린스마트미래학교의 핵심, 사용자참여설계...“구성원 의사 담으라는 것”


특히 미래학교의 중심에 ‘사용자참여설계’를 도입했다는 데서 학부모 의사도 포함해야 한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유은혜 장관 역시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그린스마트미래학교는 단순 시설사업이 아닌 사용자참여설계를 통해 학교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하고 변화하는 미래교육과정을 담는 교육 사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사전기획’이라는 제도를 도입, 건축사가 학교구성원의 의사를 담는 사용자참여설계를 통해 디자인부터 최종 설계까지 완성한다.

학교공간혁신 사업을 해온 교사는 “미래학교 사업은 시설만 바뀌는 게 아니라 학교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학교 문화는 학생·학부모·교사 교육 3주체의 공통된 철학이 있어야 바뀌는 것”이라며 “왜 이 사업을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에서 공통된 철학이 없으면 미래학교는 단순 시설 사업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플러스>는 5년간 18.5조원이 투입되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대상교를 선정하며, 각 학교가 학운위 개최 및 학부모 의견을 반영했는지 전국에 걸쳐 확인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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