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노조연맹, 중등교사노조, 초등교사노조 교원 2113명 설문조사
학교에 정수 설치 22.3%...있어도 1~2대 뿐, 개인이 사 먹어 80.5%
직수기 설치 61.5%, 녹물 등 불만족 89.1%..."기본 환경 개선부터"

[교육플러스=이지은 기자] “초등학교는 교무실이 아닌 교실이 교사 업무 공간이다. 그런데 경기‧인천을 제외한 많은 학교가 정수기를 교무실 1대(혹은 + 행정실 1대)정도 비치하고 있다. 각 층에 정수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업무 중 1층까지 내려가 매번 물을 받아와 먹기 어려워 생수를 개인이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 10명 중 8명이 학교에서 개인 돈으로 생수를 구매해 물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10곳 중 6곳은 수돗물 직수기(정수기능 없이 냉온수로 바꾸어 공급)만 설치돼 있으며, 냄새 등으로 인해 직수기에 대한 교사들의 불만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는 가맹노조인 전국중등교사노조, 전국초등교사노조와 함께 지난달 6일부터 25일까지 ‘학교에서의 교사의 먹는 물 환경’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사 2113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80.5%인 1700명이 학교에서 개인 돈으로 생수를 구매하해 마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돗물 직수기(정수기능은 없으며, 수돗물을 냉온수로 바꾸어 공급하는 기능만 있음)가 설치되어 있는 학교는 61.5%였으며, 직수기에 대해 89.1%의 교사들이 불만족(매우 불만족 69.6%, 불만족 19.5%)을 표시했다. 불만족의 이유로는 소독약 냄새(70.5%), 위생상태 불량 혹은 불신(77.8%) 등이 꼽혔다.  

정수기가 설치된 곳은 22.3%였으나 학교당 평균 2.09개에 불과했다. 하나도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응답한 교사도 827명(46.5%)에 달했다. 학교 규모가 40학급 단위를 넘어가는 대규모 학교(응답자중 736명)의 경우도 일반 시중 정수기 설치개수는 평균 2.41대에 불과했다. 

건물 1층에 1~2개 설치돼 있는 학교(29.3%)의 경우 다른 층에서 업무 중인 교사는 개인이 생수를 주문해 마시는 사례가 많았다.  

왼쪽은 생수, 오른쪽은 직수기에서 받은 물(사진=교사노조연맹)
왼쪽은 생수, 오른쪽은 직수기에서 받은 물(사진=교사노조연맹)

학교에 별도의 ‘먹는 물’ 공급 기기가 갖춰져 있지 않다고 응답한 경우도 8.1%에 달했다. 이 경우 교사들이 갹출해 정수기를 대여하거나 대형 생수통 정수기를 설치한 사례도 4.3%(92명)에 달했다. 

40년 이상의 노후된 건물이 많아 녹슨 배관 문제로 정수 기능이 없는 수돗물 직수기를 믿기 어렵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고 실제 녹물이 나온다는 제보도 접수됐다.(사진 참조) 

교사노조는 “학교에서 교사들의 주 업무는 수업과 학생 상담이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인 만큼 ‘먹는 물’ 환경은 교사에게 그 무엇보다도 기본적이고 중요하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 최소한의 복지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청, 교육청, 교육지원청, 국립대, 시립대 등에서도 수돗물 직수기를 사용하는 곳은 매우 적다”며 “실제 서울 시립, 국립 2개 대학은 물론 서울시교육청 및 교육지원청 또한 아리수 수돗물 직수기가 전혀 설치되어 있지 않고 정수기를 사용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과 교사들은 정수기능이 없는 수돗물 직수기를 사용하게 하거나 먹는 물 공급기기를 제공하지 않아 먹는 물 문제에 어려움을 겪도록 방치하는 것은 차별적인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교사노조는 “경기도의 많은 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대용량 정수기(사진 참조)를 다른 지역에서도 학교 건물 각층에 설치하거나 일반 정수기를 설치해 학교 먹는 물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등 최첨단 교육을 운운하기 전에 20세기에 이미 갖추었어야 할 먹는 물 환경 등 기본적인 학교 교육환경을 먼저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경기도의 많은 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대용량 정수기.(사진=교사노조연맹)
경기도의 많은 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대용량 정수기.(사진=교사노조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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