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플러스] 아이가 태어나며 부모가 되고, 아이가 자라면서 학부모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자녀와의 관계, 교사와의 관계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녀, 교사와 소통을 힘들어하는 (학)부모가 많습니다. <교육플러스>는 이런 부모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연합(KACE연합)과 공동으로 부모, 자녀, 그리고 가족 관계 이해를 돕고 실질적 소통 방법을 제시하는 연속 시리즈를 매주 금요일 연재합니다.  <김순옥의 엄마 마음 아이 마음>  시리즈는 일상 속 이야기를 통해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방법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싸움에 대해 생각해 보자. 

‘싸움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1. 별것도 아닌 걸로 싸워요=싸움의 시작은 사소했다고 말한다. “별일도 아닌 걸로 싸워”라고 말한다. 어떻게 별것도 아닌 걸로 싸우겠는가. 별일 아니라고 사소한 일이라고 치부하지 말자. 아이에게는 충분히 싸울만한 일이었다. 문제를 제기한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알아주자. 

2. 싸움도 보고 배워요=부모들은 퍽 하면 싸우면서 아이들에게는 싸우지 말라고 한다. 어떻게 싸우는 것이 잘 싸우는지 본 적이 없다. 욕구와 기대를 제대로 표현하는 법도 본 적도 없다. 싸움을 피하면서 싸우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자. 외면하는 것도 무시하는 것도 싸움의 한 방법이다.

잘 싸우고 잘 화해하는 걸 보고 자란다면 아이들도 잘 하지 않을까. 부모가 싸우면서 했던 독한 말들을 아이들은 고스란히 학습한다.

몇 해 전 상담했던 엄마가 그랬다. 큰 딸이 작은 아이에게 유독 못 된 말을 많이 한다고 했다. “딸은 그 독한 말들을 어디서 들어봤을까요?” 라고 질문했더니 약간 눈동자가 커지며 “제가 부부 싸움할 때 썼던 말들이네요. 제 말의 업데이트 버전인 거 같아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말은 듣고 배우는 것이다. 자주 들은 말이거나 자극적인 말들은 잘 기억하게 되고, 유사 상황이 되면 나도 모르게 그 말이 떠오르고 입으로 내뱉게 된다. 특히 언어 습득 능력이 탁월하고 무엇이든 보고 배우는 학습이 잘 되는 어린아이 일 때. 그리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듣는 말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큰아이가 작은 아이 혼낼 때 엄마 말, 어조, 억양 말투, 표정, 몸짓 등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의 싸움의 말과 태도는 부모의 것일 가능성이 많다. 아이의 타고난 기질이 더해져서 다른 양상으로 보이기도 하고 업그레이드 버전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부부 싸움을 잘 하자.

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싸움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스트로크 기아=사람들은 심리적 자극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 자극은 살아 있다는 감각과 정서를 만들고 스스로 존재함을 확인한다. 아이들은 살아 있다는 자극을 받고 싶다. 살아 있는 생명체로부터 특히 안전을 책임져주는 부모로부터 받는 자극은 너무나도 좋다. 이 자극을 관심이나 사랑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심리적 자극들을 통틀어 교류분석에서는 스트로크라고 부른다. 

스트로크와 관련된 일련의 일들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무의식은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왜 하는지 등 자신의 상태를 알 수 없다. 

스트로크는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 때까지 지속적으로 받고 싶다. 먹지 않으면 배고픈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또 배고픈 것처럼 스트로크도 받지 않으면 심리적 허기가 진다. 또 스트로크가 받고 싶어진다. 음식을 먹지 않으면 기아 상태가 되는 것처럼 스트로크가 부족하면 스트로크 기아 상태라고 말한다. 

긍정적인 자극이면 좋겠지만 자극이 너무 없어 허기지면 아무것이나 먹는 것처럼 자극의 기아 상태가 되면 부정적인 자극이라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이밎=픽사베이)
(이밎=픽사베이)

엄마의 칭찬은 시간의 양과 자극의 강도는 매우 짧고 밍밍하다. 엄마가 아이에게 칭찬하거나 긍정적인 자극을 줄 때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되나 생각해 보자.

아이가 100점을 받아 오면 “너희 반에 몇 명이 100점이야?”라고 물어보고 혼자라고 대답했다면 어떤 반응을 하는가. “응, 잘했네~ 우왕~ 멋진데? 수고했어~ 짱!이야. 최곤데?” 등의 약간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한 후 몇 분 정도의 칭찬과 긍정적 피드백 그리고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5분? 10분? 30분? 혹은 아이가 그림을 그렸다며 “엄마 어때?”라고 한다면 얼마 동안 반응해 줄 수 있는가.

아이들이 싸운다면 엄마는 얼마 동안 아이들과 이야기를 진행하는지 기억을 떠올려보자. 처음엔 이야기를 들어주고 야단도 치고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 이유도 말해주고 달래도 주기도 할 것이다. 꽤 긴 시간을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야단치는데 걸리는 시간은 꽤 길다.

아마도 좋은 이야기 꺼리를 가져가서 엄마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 시간 보다 싸움을 한 번 하고 나서 얻는 자극은 참으로 달콤하고 길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1일 1건의 싸움으로 1일 1관심을 받아 자극을 채우는 것일 수도 있다. 

가족끼리 보드게임을 한다거나, 노래를 함께 부른다거나, 시시콜콜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친구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한다거나, 책을 읽고 토론을 한다거나 하는 긍정적인 시간을 충분하게 갖는다면 어떻겠는가? 혹은 엄마에게 꼭 안겨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면 어떨까?

긍정적인 자극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싸워서 부정적인 자극을 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 형제 싸움은 둘이 해결할 수 있다. 싸움에 엄마를 끌어들이지 않아도 된다. 

엄마가 둘의 싸움에 참전하는 경우를 잘 생각해 보자. 엄마들은 아이들이 싸울 때 자신을 찾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그럼 엄마라는 존재감을 어떻게 확인하고 있는가? 아이들이 싸우고 있을 때 부르지 않는데도 엄마가 참견하는 경우는 없는가. 엄마들은 시끄러워서 혹은 큰 싸움이 될까 봐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 나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쩌면 엄마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려고 둘이 싸우는데 끼어드는 것 일 수도 있다. 둘이 잘 싸우고 있을 때, 아이들이 말을 걸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참전한다면 엄마가 관심과 사랑에 대한 허기짐을 가진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보자. 엄마의 스트로크 기아 상태를 충족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아이들에게 매일 밥을 주고 간식을 주듯이 심리적 허기가 지지 않도록 아이가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스트로크도 자주 듬뿍 줘야 한다. 엄마들은 아이가 계속 달라 할까 봐 겁부터 낸다. 그렇지 않다. 안심해도 된다. 아이를 안아주면 계속 안겨 있을까 봐 걱정된다고 한다. 오랫동안 안고 있어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

아이도 계속 안겨 있는 것은 힘들다. 생각보다 빨리 일어난다. 자주 안아주면 빨리 충전된다. 만약 오래 안겨 있다면 방전되어서일 수도 있다. 엄마의 안락한 품에서 심신의 안정을 찾는 것이다. 자주 안아주고 관심을 갖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많이 들어주자. 그러면 싸움이 줄어들 것이다.

이 스트로크에 대한 내용은 단지 형제의 싸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외동인 아이들에게 더 중요한 이야기일 수 있다. 형제로부터 받는 자극조차 없어서 많이 외로워한다.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할 것이다. 더 자주 더 많이 안아주자.


싸움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들이 궁금하시다면 다음 주를 기대해주세요.

형제의 이야기는 다음 주에 형제의 난 3으로 이어집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통해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고 방법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김순옥 커가는사람 교육상담연구소 소장
김순옥 커가는사람 교육상담연구소 소장

김순옥 커가는사람 교육상담연구소 소장.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연합(KACE연합) 16년차 부모교육 강사와 미술심리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3400회 이상 강의와 상담을 진행하고 부모교육, 학생교육, 가족‧부모‧학생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논문 ‘집단미술치료를 적용한 감성능력 부모교육 프로그램 참여 부모의 양육스트레스와 정서조절능력 변화 사례 연구’가 있다. 대화법, 감성능력, 진로지도, 미술심리상담, 에니어그램, MBTI, 교류분석(TA), 발달단계에 따른 자녀양육, 자기주도 학습코칭, 교육관, 부모코칭, 성인지감수성, 성교육 등 부모에게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한다. gp_soon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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