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읽기로 자라는 '독해력, 상상력 그리고 자기 표현력'

[교육플러스] 디지털미디어시대 가속화로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가짜와 진짜의 구분과 선택하고 분석하고 활용·공유하는 능력이 중요하게 사회적으로도 대두되고 있다. 이는 비판적, 종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데 책 읽기를 통해서 기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미디어시대가 가속화될수록 책 읽기는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게 된 것.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게 하는 것, 같은 책을 읽고 친구들과 토론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이런 수업들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길 바란다. <교육플러스>는 학교도서관에서 독서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사서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소개한다.

박순혜 서울 신용산초등학교 사서교사.
박순혜 서울 신용산초등학교 사서교사.

교실 수업 가면서 운동장을 지날 때면 여기저기서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사서 선생님! 안녕하세요?”, “야! 사서 선생님이다”, “선생님! 오늘은 몇 반 가세요?”

수업과 수업 사이 쉬는 시간이 짧아 복도에서 잠시 대기할 때면, 가방에 매달려 “오늘 수업은 뭐예요?”, “왜 일주일에 한 번만 와요?”, “가방에 무슨 책이 있어요?”라며 기대와 궁금함이 섞인 목소리로 사서교사를 기다리는 학생들을 만난다.

수업이 끝나고 다음 주에 보자고 인사할 때면, “가지 마세요”, “조금만 더 해요”, “사서 선생님이 매일매일 왔으면 좋겠어요”라는 멋진 고백을 듣는다.

학년말 학부모의 평가에서도 ‘아이들이 사서 선생님 덕분에 책을 찾아 읽어요’, ‘일주일 동안 사서선생님을 기다려요’, ‘저녁 시간 내내 사서 선생님과 수업 한 이야기를 신나서 해요’ 등의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즐거움이 느껴지는 글들을 만나게 된다.

처음 60학급의 대규모 학교에 발령 받았을 때는 많이 속상했다. 전학년 전교생 수업을 해왔던 필자에게 저학년만 수업해야 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말 한마디로 속상함은 다 날려 버리고도 넘쳐 마음까지 따뜻해진 지금은 저학년 학생들과 즐겁게 그림책 읽기 수업을 하고 있다.

‘우선 수업은 재미있어야 한다. 공부를 하는 것인지 노는 것인지 알 수 없어야 한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생각 주머니가 커져야 한다. 다른 책 읽기에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하며 수업을 통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한다.’

이것이 사서교사인 필자가 바라고 노력하는 수업이다.


주제별 책 읽기 "같은 주제, 다른 시선을 확인해 보자"


지난 해 10월에는 우리나라 발사체 누리호 발사와 연계해서 우주 특집으로 이민희의 「라이카는 말했다」와 엘리사베타 쿠르첼의 「우주로 간 최초의 고양이 펠리세트」를 읽고 우주탐사와 동물 실험에 대한 이야기로 짧은 토론을 거쳐 생각을 정리하는 글쓰기를 했다.

올해도 누리호 2차 발사 전에 우주 특집으로 책을 함께 읽기로 학생들과 약속이 되어 있다.

이 밖에도 세상에 점자를 만든 인물에 대한 책으로 최지혜의 「훈맹정음 할아버지 박두성」과 데이비드 A. 애들러의 「루이 브라이」를 함께 읽었다.

도서관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책으로는 최지혜의 「도서관 할아버지 이인표」와 「책 민들레 엄대섭, 모두의 도서관을 꿈꾸다」도 함께 읽었다.

같은 일을 한 인물 이야기를 읽고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찾아 볼 수 있다.

책 속에 드러난 그림과 내용으로 인물이 살던 시대에 대해서 조사해 보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눈다.

강현아의 「기이한 생태공원 DMZ」와 선안나의 「온양이」를 함께 읽고 한국전쟁과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해 알아본다.

김재홍의 「로드킬, 우리 길이 없어졌어요」와 김황의 「인간이 만든 동물의 길 생태통로」를 함께 읽고는 환경문제와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사는 방법에 대한 짧은 토론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수업의 마무리는 한 줄 쓰기로 내 생각을 정리한다. 처음에는 한 줄 쓰기만으로 만족하던 학생들도 이야기를 나누고 난 뒤에는 두 줄, 세 줄로 더 길게 쓰고 싶어 하는데 그 횟수가 점점 증가한다. 같은 주제의 책을 이어서 읽음으로써 주제에 깊게 접근할 수 있어 자주 활용하는 수업 방식이다.


그림은 어떤 메시지를 남길까


그림책의 그림은 글 이상의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 중에서도 표지와 면지를 읽으면 책 전체가 이해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에스텔 비용-스파뇰의 「똑,딱」이 바로 그런 책이다.

색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데, 흑백으로 표현되는 것과 채색이 되어 있는 것 사이에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똑,딱을 읽을 때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혼자 읽을 때는 이런 이야기가 들어 있는지 몰랐는데, 사서 선생님이랑 읽으니까 다른 책이 되었어요”라고 말하던 학생이 잊히지 않는다.

이어서 앤서니 브라운의 「숲 속으로」를 다음 시간에 읽는다. 색깔과 시선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림책으로 그림 속 ‘색과 시선’에 대해 생각하고 내용을 이해한다.

「우주로 간 최초의 고양이 펠리세트」는 표지 그림에서 책 내용을 모두 말하고 있다. 투명한 색으로 표현된 펠리세트의 자유로움과 검은 색으로 변한 우주 고양이 사이의 색깔 변화, 배경으로 보이는 달과 별을 통해 알 수 있는 우주 탐사, 그리고 그 모든 연구가 이루어지는 건물까지.

책을 모두 읽고 난 뒤에 표지를 읽으면 처음에 보이지 않았던 이야기가 보인다. 이런 책 읽기를 경험한 뒤에는 다른 책을 읽을 때도 표지와 그림 속 이야기를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이 많아진다.

그림책 '훈민정음 할아버지 박두성' 표지.(최지혜 글, 엄정원 그림, 천개의바람, 2018)
그림책 '훈민정음 할아버지 박두성' 표지.(최지혜 글, 엄정원 그림, 천개의바람, 2018)

나만의 스토리텔링, 다른 아이들과 의견 교환하기


「훈맹정음 할아버지 박두성」을 읽을 때는 책을 모두 읽고 난 뒤에 표지 그림과 면지를 이어 이야기 만들어 보기를 해 보았다.

표지 그림 속 노란 등불, 제목의 노란 글자, 표지 그림의 검은색 테두리 밖의 노란 사람 그리고 훈맹정음 글자와 점자가 그려져 있는 노란 바탕의 면지를 하나씩 짚어본 뒤 각자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다.

‘훈맹정음이라는 점자(글자)가 시각장애인들에게 노란 등불이 되었고 그 등불(점자)을 만난 사람 표정이 점차 환해진다.

'훈민정음 할아버지 박두성' 책 속 면지.
'훈민정음 할아버지 박두성' 책 속 면지.

에드 영의 「일곱 마리 눈먼 생쥐」로는 질문 만들기를 하며 나만의 스토리 텔링을 한다. 하얀색 생쥐의 눈이 다른 생쥐들과 눈의 색이 다른 이유와 빨간, 노랑, 초록 등 색이 있는 생쥐는 무슨 뜻인지에 대해 나만의 이유를 만들어 이야기를 해 보는 것이다.

학생들은 ‘생쥐의 색은 구별하기 위한 이름이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걸 알려주려고 생쥐에게 색을 준 것이다’, ‘선거 때 번호마다 다른 색 점퍼를 입는 것과 같다’ 등의 이유를 만들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우주로 간 최초의 고양이 펠리세트」는 프랑스 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나온 부분만으로 스토리 텔링을 해 보았다.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 ‘나는 후회하지 않아요’의 우리말로 된 해석을 찾아보고 ‘펠리세트’와 ‘에디트 피아프’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우주 고양이 ‘펠리세트’가 되어 길거리 고양이일 때, 우주고양이가 되어 훈련을 받을 때, 우주 비행을 마치고 돌아와 사람들이 나에게 환호를 보낼 때의 기분을 생각해본다.

펠리세트의 입장에서 기분의 변화로 이야기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들려주기를 한다.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생각한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경험은 자신감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멋진 생각을 하고 발표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읽고 참여하려는 경향성이 두드러진다.


읽은 책을 더욱 기억에 남기는 법 "책 읽고 정보 찾기"


투나 라나싱헤의 「똥으로 종이를 만드는 코끼리 아저씨」를 읽고는 책이 출판된 나라를 찾아보고 코끼리 똥 종이에 대해 조사해 보았다.

뉴스를 찾는 과정에서 작가의 인터뷰 장면을 찾아 낸 학생들은 놀라워 한다. 뉴스와 4학년 과학교과서 등을 찾아보고, 코끼리 똥종이를 우리 나라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해 본 뒤 글쓰기를 한다.

마르티나 바트슈투버의 「낙타가 도서관을 지고 다니는 나라는?」은 여러 나라의 동물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책을 읽고 정보를 찾아 보는 재미가 아주 큰 책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학생들이 웃으며 정말 재미 있었던 수업이라고, 또 같이 읽고 싶다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윤문영의 「우리 독도에서 온 편지」을 읽고는 독도는 물론 책 속에 나온 ‘녹색 비둘기’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글쓰기를 한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니 수업이 바뀐다


돌이켜보면 예전 필자의 저학년 수업에서는 무언가 손에 들고 갈 수 있는 것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었다. 학습지라도 있어야 눈에 보이고 사서교사가 수업을 하고 있다는 표시가 난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생각한 것을 말과 글로 표현하고, 자신이 표현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수업을 하면서 생각도 바뀌었다.

지난해와 올해의 수업은 책, 내용, 주제 모두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우리 학생들과 사서교사 모두 발전하고 있으니 수업 역시 변화가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수업 내용을 더 알고 싶다면 '사서교사Park쌤'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8LDz5NL53CkVBut4hmh06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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