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 한 그릇, 독서수업 : 소리극 연계 학교도서관 독서 수업

[교육플러스] 디지털미디어시대 가속화로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가짜와 진짜의 구분과 선택하고 분석하고 활용·공유하는 능력이 중요하게 사회적으로도 대두되고 있다. 이는 비판적, 종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하는데 책 읽기를 통해서 기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미디어시대가 가속화될수록 책 읽기는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게 된 것.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게 하는 것, 같은 책을 읽고 친구들과 토론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이런 수업들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길 바란다. <교육플러스>는 학교도서관에서 독서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사서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소개한다.

이현경 청주공업고등학교 사서교사.
이현경 청주공업고등학교 사서교사.

누군가에는 처음이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학교이며 모두에게는 또 다른 시작인 3월. 따뜻한 봄기운보다 새 학기 스트레스를 더 많이 느끼고 있을지도 모를 선후배를 위해 충북사서교사협의회에서는 매년 3월, 신규교사 연수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발적인 참여를 제안하며 연수 주제를 중심으로 학교도서관과 독서 교육 활동에 대한 정보와 이야기를 나누는 아주 멋진 날이다. 서로의 시간과 마음이 모여 충북 학교도서관의 꽃이 올 해도 어김없이 향기롭게 필 것이다.

연수의 한 부분인 중등 독서수업에서 ‘소리극 연계 독서 수업 활동’을 소개하였다.

수업하는 교사임과 동시에 도서관 운영자이면서 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기획자인 사서교사의 내재적 본성을 톡톡 건드리는데 성공했다. 여러 선생님께서 관심과 호기심을 보이셨고, 곧이어 학교 교육과정상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소리극은 전문 성우의 목소리를 통해 책을 듣고 감상하는 낭독 공연 프로그램이다. 오디오북과 다르게 바로 앞에서 전문 성우의 연기를 보며 청각에 집중해 책을 이야기로 들을 수 있다. 목소리의 힘과 분위기에 저절로 몰입하게 된다.

소리극은 음악으로 책을 만나는 북밴드 공연에 비해 준비가 간편하고 예산상 학교에서 진행하기에 부담이 적다. 더욱이 일반적인 시각 예술과 다르게 무대장치나 분장 등이 필요 없어 장소의 제한이 적다.

다만 분위기 조성과 감상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 준비가 필요하다.

성우의 목소리로 듣는 '완득이' 소리극 공연 장면.(사진=이현경 사서교사)
성우의 목소리로 듣는 '완득이' 소리극 공연 장면.(사진=이현경 사서교사)

실감나는 성우들의 연기 덕분에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완득이’, 진지하게 감상하게 되었던 ‘아몬드’, 책도 읽고 영화도 보았지만 가장 긴 여운을 남겨주었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비롯하여 교육 목표 및 활동에 맞춰 다양한 작품을 선택할 수 있다.

무수한 영상 자료에 더 이상 특별한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현란 복잡한 자극에 지쳐버린 학생들은 목소리로 꽉 채워진 시간에 진지하게 빠져들었다. 라디오 드라마를 즐겨들으셨다는 동료 선생님께서는 머리와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었다고 표현하셨다.

작품을 선택하고 공간을 준비하였다면 다음은 수업 계획이다. 소리극을 포함한 수업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수업 과정에서 소리극과 독서 활동의 순서이다.

한 교실에는 다양한 독자들이 존재한다. 수업을 통해 책 읽기를 제대로 시작해보고 싶은 학생, 책이라면 그냥 싫은 학생, 만화책을 제외하고는 책과 사회적 거리를 유지중인 학생, 단편은 좋으나 장편은 부담스러운 학생, 책 읽기가 수학 문제 푸는 것보다 쉬운 학생 등 수업 대상의 독서 수준과 습관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작품 선정에서도 중요한 고려사항이 된다.

인지도가 높은 작품은 독서 활동을 자율적으로 권장하고 소리극 공연 감상 다음 활동으로 토론 활동을 진행해도 좋다.

반대로 소리극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독서 동기가 잔뜩 부여 된 상황에서 다음 활동으로 독서를 하는 것도 좋다.

수업의 전체적인 흐름과 대상 작품과 수업 대상의 특성을 고려하여 수업 계획에서 소리극과 독서 활동의 순서를 고민해보길 제안한다.

학생들과 소리극으로 여러 작품을 만나보았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경우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 만큼 학생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작품이다. 하여 책, 영화, 소리극을 모두 살펴보고 매체 형태별 감상 비교 토론을 수업 활동으로 진행하였다.

바쁜 일상에 날카로워진 신경과 마음을 편안하게 토닥일 수 있는 심적 매력도와 전달력을 중심으로 생각을 나누었다.

꼭 잡은 따뜻한 촉감이 더해지는 종이책, 영상과 음악이 조화롭고 다채로운 보는 즐거움 가득한 영화, 청각에 집중한 소리극. 같은 등장인물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서로 다른 목소리로 듣는 재미난 활동이었다.

소설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어 소리극이 더욱 기대되었던 ‘아몬드’는 공연을 통해 독서 동기를 유발하고 독서 활동을 진행하였다. 소리극을 감상하고 아몬드 초콜릿을 먹으며 책을 읽었다. 독서 활동 뒤에는 경험 하고 나면 학생들이 또 하고 싶어 하는 비경쟁독서토론을 하였다.

이렇게 읽고 토론하며 작품에 대해 충분히 살펴보고 이해를 쌓은 뒤 마지막 활동으로 북트레일러를 제작하였다. 출판사에서 제작한 북트레일러와 온라인에 업로드 되어 있는 자료를 살펴보고 북트레일러에 대한 정보를 나누었다.

북트레일러가 다소 생소한 학생들에게 제작 된 영상을 살펴보며 소개하고 알아가는 재미있는 활동이었다. 어려워하지 않을까 하던 나의 고민과 달리 학생들은 영상 세대의 특성을 발휘하여 멋진 결과물을 모둠별로 완성하였다.

영화제처럼 서로의 북트레일러를 감상하며 제작 후기와 감상을 이야기 나누었다. 북트레일러 제작을 통해 작품에 대한 모둠별 생각과 시선을 더욱 분명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산채비빔밥이 생각나는 푸릇푸릇한 계절이다. 각 나물의 맛과 색이 향긋하게 살아있는 큰 비빔그릇을 한 손에 잡고 고소한 참기름 넉넉히 두르고 군침 한 번 삼키고 쓱쓱 비벼 한 입 가득 먹으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독서 수업 활동에 또 하나의 나물이 된 소리극. 책을 중심으로 특성 있는 다양한 활동이 잘 어우러진 독서 수업을 학생들이 맛있게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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