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선지정 공모제' 문제는 "유능한 인재 소외·배제로 인한 품질 저하"
완전개방공모제로 바꾸면 "전문가 참여, 학교 선택 및 업그레이드 가능"

[교육플러스] 윤석열 정부가 10일 출범했다. 당선 이후 교육부 폐지부터 논란이 되더니 교육자들의 인수위 미참여 등의 문제가 부각되며 새 정부에는 교육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발표된 국정과제에서도 △100만 디지털인재 양성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혁명 △더 큰 대학자율로 역동적 혁신 허브 구축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로 교육격차 해소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등 다섯 항목이 담겼지만 교육을 둘러싼 전체적인 시야가 좁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교육플러스>는 홍후조 고려대 교수와 함께 ▲교육제도 ▲교원제도 ▲교육목표 ▲교육과정 ▲교수학습 ▲교원평가 ▲교육문화 등 교육 전반에 대한 교육개혁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국가교육과정기준은 교육활동의 규범적 기준으로서 그간에 누적된 교육문제의 시정서이고, 현실 교육활동의 안내서이며, 장차 일어날 고품질 교육의 비전을 담고 있다.

국가교육과정기준 총론이나 각론이 교육개선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립되어야 할 구체적인 정책안으로 그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교육개혁과 교육개선은 구호가 아니라 구체적인 협약서인 국가교육과정기준 총론과 각론에 의해 가장 먼저 기획된다.

현재는 국가교육과정기준을 교육부가 특정인들에게 맡김으로써 유능한 인재들이 소외·배제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또, 교육활동의 규범적 기준인 국가교육과정기준이 저품질인 면도 상당히 작용한다. 그냥 그 정도로 교육해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방패막이가 되어 준다. 이는 학업성취도검사에서 100점 만점에 20점미만을 학습부진아로 삼아 국민들을 속이는 것과 유사하다.

교육부의 선 지정 후 공모제가 획일적인 하나의 기준(품질이 담보되지 않은)을 전국의 모든 학교에 ‘강제’(상품이면 불량품 강매)한 것과 같다.

‘국가교육과정기준 완전 개방 공모제’의 특징은 네 가지로 ▲‘모든’ 교육과정 전문가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한다는 점 ▲고시되는 교육과정기준이 복수라는 점 ▲학교운영위원회 등에서 가장 적합한 기준을 채택하여 적용하는 점 ▲향후 동일한 교육과정기준 채택 학교들이 연합하여 더 나은 기준으로 업그레이드해가는 것이다.

이때 국가교육위원회는 개정 발의에서 고시까지 관리해야 하므로 어떻게 해야 가장 나은 교육과정기준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다양한 개발 절차, 방식, 모델을 선보여야 한다.

선 지정 공모제와 완전 개방 공모제의 비교.(표=홍후조)
선 지정 공모제와 완전 개방 공모제의 비교.(표=홍후조)

학교가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핵심적인 장소이므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교육자원의 동원가능성은 교육과정기준의 적용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과정기준을 공모할 때 지역 특성, 규모, 교육과정 특성(유치원 같으면 몬테소리, 프뢰벨, 피아제, 레지오 에밀리아, 숲 등), 남녀별, 진로별로 교육과정기준을 다양화, 다원화, 특색화하여 공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과 학부모는 유치원부터 영어 말하기를 배우고 싶어 하는데, 교육계는 영어가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려는 자들이 득세한다. 자기 자식은 유학을 보내 영어를 배우게 하면서 학교에서는 영어를 가르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자들이다.

고교의 경우 진로별로 규모에 따라 어떤 계열의 어떤 과정을 개설했는가가 특색이 될 것이다. 직업고도 어떤 산업분야로의 취‧창업을 겨냥했느냐가 특성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교육과정기준 개발 공모에는 어느 집단이 참여하는 것이 적절할까?

유치원 교육과정기준에는 전국의 유아교육과 학과 교수들과 학회가 참여하고, 유치원 교사학습공동체가 적극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교육과정기준 개발에는 전국의 11개 교대와 2개의 초등교육과가 참여할 수 있어야 좋은 교육과정기준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유-초 연계 교육과정기준도 별도로 완전 개방 공모로 기준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중학교도 해당 40여개의 사범대학, 비사대 교직과, 관련 학회, 교사학습공동체가 참여하여 경쟁적으로 좋은 교육과정기준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당 교육기관에서는 자기 학교의 여건에 맞는 교육과정기준을 선택(채택)해 운영(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지역별, 규모별, 남녀별 학교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기준을 같이 채택 운영한 학교들 사이에 연합을 통해 성과와 반성의 피드백을 받아 꾸준히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운영 적용 실천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도 드러나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개별 학교 교육과정의 특성화이자 고급화이고 지역 내 여러 학교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거둘 수 있는 길이다.

마찬가지로 고교도 진학고와 직업고로 나누고 진로별 교육과정기준을 연구 개발하되, 지역별, 규모별, 남녀별로 조금씩 다른 것을 재구성하여 학교로서는 계열별, 과정별로 온전한 교육과정을 실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완전개방공모제를 추진하는 측에서는 기준을 사용할 학교가 분명하도록 다음과 같은 양식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표=홍후조)
교육과정기준 완전 개방 공모제 도입 시 개발 기준 예시.(표=홍후조)

개발된 기준이 어떤 학교에 가장 적합한 것인지를 밝힐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종류를 다 개발하지는 못해도 기준 개발자는 사용처의 처지를 헤아려 개발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학교의 유사한 환경으로 이론처럼 많은 종류의 교육과정기준이 처음부터 개발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치원 누리과정도 초·중등 교육과정과 연계 통합해 개발 고시해야 하되, 특수학교나 특수집단을 위한 전문적 교육과정은 분리하여 개발 고시한다.

기초학력은 유치원 높은 반에서 책임지도하고, 읽기, 쓰기, 셈하기 등 학습 도구를 철저히 갖추도록 하고, 세계시민으로서 자질을 갖추기 위해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에 영어 말하기와 듣기를 도입한다. 이로써 출발부터 학습 부진을 원천 제거할 수 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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