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곡소리 나는 초등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방과후 업무는 교육청 지원센터 지원 강화로, 돌봄은 지자체및 전문팀으로"

[교육플러스] 교육감 선거는 지역 교육의 총 책임자를 뽑는 중요한 선거이다. 하지만 교원은 지역 시민임에도 선거에 공개적인 의사 표현뿐만 아니라 의견조차 표명이 불가하다. 지역 교육 정책에 대해 현장성 있는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집단이 교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교육플러스>는 교사들의 참정권 제한 속에서 그들의 의견 제시 창구를 만들고자 ‘실천교육교사모임’과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며 교육 현장을 보다 의미 있게 개선하고자 한다.

최선주 서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최선주 서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자녀들의 돌봄 문제일 것이다. 출산과 육아라는 긴 터널을 지나 마침내 아이를 학교에 보내게 된 기쁨도 잠시, 당장 정규 수업 외 시간에 안정적으로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고민에 빠진다.

맞벌이를 하는 경우라면 학원, 공부방, 운동 센터 등 이곳저곳의 시간표와 셔틀버스 시간표를 조합하여 씨실과 날실을 엮듯 아이의 오후 시간을 촘촘하게 계획해 두어야 부모의 퇴근 시간 전까지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은 물론 다가오는 지방 선거에서도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방과후학교와 돌봄 교실 운영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이 힘을 받고 있다. 소위 진보·보수 후보 할 것 없이 초등 돌봄 서비스 강화, 방과후 프로그램 다양화, 방과후학교 및 돌봄 지역 협력 체계 구축, 전일제 학교 도입 등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더라도 돌봄의 공공성 강화라는 방향성은 비슷하다.

학부모로서는 자녀가 어릴수록 방과 후에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것보다는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교육과 돌봄을 받는 편이 더 마음이 놓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공간이 신뢰할 수 있는 학교라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학부모의 수요에 화답하는 교육 행정의 모습은 일견 합리적이고 바람직해 보인다. 그러나 기본 교육과정 운영 외에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까지 떠안은 학교 현장은 정책 도입 직후부터 지금까지 삐걱거리고 있다.

(이미지=https://blog.naver.com/papercup3/222595797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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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학교 담당자는 왜 '방과후월령가'를 부르는 가"


“마치 학교 안에서 학원 하나를 운영하는 느낌이다.”
“학생들의 수강료 환불 계산을 하고 강사비 계산을 하면서 자괴감에 빠질 때가 많다.”
“방과후학교 업무에 허덕이느라 정작 내 학급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방과후학교 담당 교사의 업무 과중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지라, 이런 호소들도 이제는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지경이다. 업무의 양도 많거니와 난이도도 높아서 담당 교사들이 궁여지책으로 모여 만든 단톡방에는 하루에도 수백여 개의 질문과 답변이 오가고 있다.

농가에서 일 년 동안 할 일을 농가월령가에 기록했다면, 연중 쉴 틈 없는 방과후학교 업무 역시 방과후 월령가로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개학과 동시에 방과후학교 개강이 가능하도록 그 전 해 12월부터 2월까지 개설 프로그램 수요 조사, 연간 운영 계획 수립과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 강사 모집, 개설 프로그램 안내 및 수강생 모집, 강사 공모, 서류 심사 및 면접 심사 등을 마쳐 놓아야 한다.

연간 운영은 1년을 4개의 기수로 나누어 운영하는 것이 보통인데, 기수마다 수강료 징수, 교재 및 재료비 지급, 프로그램 운영, 수강료 환불, 강사비 지급 등을 반복하다 연말이 다가오면 다시 다음 해 운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학기 당 1회 공개수업과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운영 사이사이에 생기는 돌발 상황이나 학부모의 민원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 모든 업무 총괄을 교사가 담당하고 있다.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 상담, 교육과정 연구, 수업 준비가 본업이 되어야 할 교사에게 위와 같은 과중한 업무가 주어지다 보니, 자연히 정규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업무 과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전부 또는 일부를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업체의 이윤을 반영해야 하므로 개인 위탁 운영에 비해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수강료가 높아지거나 업체 소속 강사들의 강사료가 낮아지는 일도 있다.

업체 위탁 운영 역시 업체 입찰, 제안서 평가, 계약 등의 업무가 교사에게는 여전히 큰 부담이다.

교사들이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방과후학교 관련 업무는 장기적으로 교육청 및 지자체로 이관하고 학교는 협력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첫걸음으로 방과후학교 위탁 강사 모집 및 계약 업무부터 단계적으로 교육청 지원센터로 이관하여 교육청이 단위 학교로부터 방과후학교 강사 수요 신청을 받은 뒤 강사 모집 공고, 서류 접수, 면접 심사 및 강사 관리 업무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방과후학교 강사 입장에서도 여러 학교를 다니며 지원하는 대신 교육청이나 지자체를 통해 일원화된 창구로 지원하게 되어 공모 절차가 더 간소해질 것이다.

경북 경산에서는 방과후학교 초등돌봄교실 외부 강사 선정 업무를 교육지원청에서 하고 있고, 서울 중구에서는 지난해 초등 방과후학교 운영을 구 직영으로 전환하여 시범 운영한 뒤 학부모들로부터 호평을 얻어, 올해는 중구 내 모든 공립초등학교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이미지=교육부)
(이미지=교육부)

교육부는 학교 돌봄 시간 확대한다는데..."학교 만으로는 한계, 지자체와 연계 필요"


학교가 품고 있는 방과후교육 뿐 아니라 돌봄 역시 지자체가 보다 책무성을 가지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 서비스 차원에서 통합적인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돌봄교실은 2004년에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방과후 교실’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 들어온 지 근 20년 가까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학교 안 유휴 교실을 아이들이 쉴만한 공간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도입 초기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인 돌봄교실 환경 개선 사업 시행으로 많은 예산을 쏟아 부어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돌봄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궁색하다.

유휴 교실이 있는 학교는 그나마 다행이다. 교실이 부족한 학교에서는 겸용 교실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데, 교실을 목적에 맞게 전용으로 쓰지 못하고 나누어 써야 하는 학생과 교사, 돌봄 전담사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초등 돌봄교실이 학부모들의 돌봄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돌봄을 원하는 인원만큼 돌봄을 제공하지 못하고, 돌봄을 원하는 시간만큼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작년에 초등 돌봄교실 운영 개선방안을 통해 돌봄교실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19시까지 운영 시간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더 나아가 서울시교육청에서는 내년부터 20시까지로 돌봄교실 운영 시간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학교 안에서 양적 성장에만 의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 중구에서는 방과후학교 뿐 아니라 초등 돌봄교실 역시 구 직영으로 운영하며 돌봄전담사의 고용 안정성 문제도 해결하였고, 춘천시에서는 강원도 교육청, 춘천교육지원청과 함께 마을돌봄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당장 지자체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교육청은 그간 관습적으로 해왔던 업무를 넘어 지자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자체 내 돌봄 사업 확대를 위해 다양한 사례를 발굴하고 교육청의 노하우를 지자체 및 협업 기구와 공유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행정편의주의적 방과후와 돌봄 "학교 만능주의 벗어나야 질이 높아진다"


현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돌봄 서비스는 여러 부처별로 쪼개어 운영되고 있다. 초등돌봄교실은 교육부에서, 우리동네 키움센터와 지역아동센터는 보건복지부에서,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는 여성가족부에서 맡고 있다. 다분히 공급자인 기관 위주의 돌봄 정책이다.

학교로 들어온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과 관련된 일이라면 깔때기처럼 학교로 모이게 되는 일차원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은 돌봄의 대상이 되는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가장 손쉽고 가장 저렴하고 가장 빠르게 실적으로 남는 방법이어서는 아닐까.

돌봄이란 무엇일까. 공적 돌봄의 필요성이 대두된 이후 지금까지 학교는 많은 역할을 해오고 있다. 때로는 정규 교육 활동에 지장을 받거나 업무 담당 교사의 소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제는 학교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돌봄의 질을 제고해야 할 때다. 어른들의 필요나 판단에 의한 돌봄 말고, 아이들이 돌봄이 필요한 때에 적절한 교육과 돌봄을 받고 있는지, 질적으로 만족스러운 돌봄을 받고 있는지 들여다보아야 한다.

아이가 중심이 되는 돌봄을 위해 교육청과 지자체의 전문적 협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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