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자치시대 "부서 내·부서 간·부장 간 넘나들 중간리더를 키워야"
터미널 아닌 리더로서 부장 지원책은?..."자율 연수라도 제공하라"

[교육플러스] 교육감 선거는 지역 교육의 총 책임자를 뽑는 중요한 선거이다. 하지만 교원은 지역 시민임에도 선거에 공개적인 의사 표현뿐만 아니라 의견조차 표명이 불가하다. 지역 교육 정책에 대해 현장성 있는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집단이 교사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교육플러스>는 교사들의 참정권 제한 속에서 그들의 의견 제시 창구를 만들고자 ‘실천교육교사모임’과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며 교육 현장을 보다 의미 있게 개선하고자 한다.

김승호 실천교육교사모임 교육감후보 정책 제안팀.
김승호 실천교육교사모임 교육감후보 정책 제안팀.

장면1 = 갓 1급 정교사 연수를 받은 중학교 30대 남교사 A, 학교에서 교직 경력이 적은 축에 속하는데 1정 연수를 받자마자 학생부장 업무를 맡게 된다. 자신보다 경력이 높은 선생님들과 함께 학생부 일을 하려니 어려움이 많다. 시키자니 어렵고 떠안자니 힘들다. 더 많은 경력의 선생님들이 “예전엔 이렇게 안 했다.”며 불만을 늘어놓으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부서 선생님들과 공적인 회의를 계획해도 어떻게 진행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장면2 = 1급 정교사 연수를 받은 중학교 30대 여교사 B, 평소 학교자치에 관심이 많다보니 학교혁신 담당 부서의 부장을 맡게 되었다. 다행히 부서 선생님들 모두 학교자치나 혁신에 뜻을 같이 하는 선생님들로 구성되어서 협의 등이 어렵지 않다. 그런데 혁신 업무가 학교 전체에 영향을 주고받다보니 이 부서 저 부서의 일에 끼어들게 된다. 여러 일들로 다른 부서 부장들과 소통을 하려니 쉽지가 않다. 부장단 회의에서는 막내라고 총무 역할을 맡길 뿐, 같은 부장으로 동등한 역할을 못 하는 것 같다.

장면3 = 기간제 교사 C, 작년까지 함께 일하던 선생님들이 올해 떠나고 학교에서 경력이 제법 있다 보니 부장을 맡았다. 한 번도 부장이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부장이라는 자리가 어색하기만 하다. 부장이라니 무게감은 느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장면4 = 고등학교의 교장 D는 젊은 학년부가 꾸려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젊은 교사를 학년부장으로 임명하고 학년 담임들도 그 또래들로 배정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젊은 부장은 또래의 교사들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전년도까지 편하게 지내던 젊은 교사들의 관계마저 부장이라는 이름 하에 수직적인 관계가 되어버린 듯하더니 결국 멀어져버렸다.

장면5 = 고경력 교사 E는 젊은 교사들만 있는 부서에서 부장을 맡게 되었다. 고경력이지만 부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젊은 교사들과 함께 하려니 어색하고, 왠지 모르게 자신이 잘 섞이지 못하는 느낌을 받는다. 회의를 주재하자니 괜히 꼰대소리를 들을까봐 걱정이 된다. 그러다보니 부장회의에서 결정된 전달사항은 매번 메시지로 보내고만 있다. 어떻게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위의 다섯 장면은 모두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것들이다. 다섯 장면에서 언급되는 부장교사란 보직교사, 즉 교육공무원법 제17조 및 교육공무원임용령 제7조 등에 의거하여 학교장이 교무의 일부를 담당토록 하는 교사다. 대개 교무부장, 연구부장, 학생부장, 학년부장 등의 역할을 한다.

다만 일반 기업이나 관공서와 달리 부장교사(이하 부장교사로 통일)는 단순한 보직이지 직위나 직급이 아니다. 부장교사는 다른 교사들과 법적, 행정적으로 동등한 관계이고, 부장교사에게는 수당으로 매월 7만원이 더 지급될 뿐이다.

작년의 부장이 올해는 보직을 맡지 않을 수 있고, 반대로 올해 비부장교사가 내년에 부장교사가 될 수 있다. 부장-부원의 관계가 다음 해에 바로 반대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학교에서 부장교사 기피현상들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몇몇 특정 부서들은 더욱 그렇다.

전교조는 지난 4월 교육부에 보직수당 인상 등이 담긴 수당 인상을 요구한 2만7629명의 서명지를 교육부에 전달했다.(표=전교조)
전교조는 지난 4월 교육부에 보직수당 인상 등이 담긴 수당 인상을 요구한 2만7629명의 서명지를 교육부에 전달했다.(표=전교조)

일부에서는 부장교사의 수당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1992년 3만원으로 출발한 보직수당은 2003년 7만원으로 오른 이래 올해까지 20년가량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부장교사들의 업무곤란도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여태 동결된 것은 너무하다는 지적 하에 2021년 제78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고등학교 이하의 각급학교 보직교사 수당 인상을 위한 규정 개정' 안건이 가결되어 정부에 건의하기로 결정되기도 했으나 아직 변화가 없다.

부장수당은 중요한 문제 중 하나지만 이것만이 해결책일 수는 없다. 몇몇 언론에서는 부장교사 기피 현상을 최근 교사들의 워라밸 추구현상이나 보상 문제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데 단지 그것만이 이유라고 하긴 어렵다.

오히려 부장으로 의욕을 가졌다가 불편한 현실에 부딪히는 경우들도 많다. 부장교사들이 마주하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도움을 주는 것 역시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부장교사의 역할 지원에 대한 관점으로 좀 더 살펴보자.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학교에서, 부장교사를 맡는다는 것은 학교 부서의 업무를 기획하고 운영할 권리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학급을 운영하는 것을 넘어 학교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니만큼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담임교사들이 학급 학생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이라면, 부장교사는 교사들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일이다. 법적, 행정적으로 동등한 교사들에게 리더십을 보이려 하니 얼굴 붉힐 일이 잦아진다.

그러나 이들에게 충분한 리더십교육이 제공된 적은 없다. 흔히 1정연수를 받고 난 교사들을 대상으로 부장을 맡긴다. 1정 연수는 교과에 대한 연수지, 부장 자격연수가 아니다. 연수 중에 부장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은 하나도 없다.

그렇다고 별도로 부장 자격연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하면 어느 누구도 부장이라는 업무를 맡으면서 부장으로서의 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부장이라는 업무가 중요하고 필요하다면 이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도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이다.

예전에는 부장을 맡는 이들의 나이나 경력이 해결해주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저경력, 저연차가 부장을 맡는 일이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새로운 지원이 필요해졌다.


부장교사가 리더십을 발휘할 자율적 연수가 필요하다


부장교사들을 교사리더로 자리 잡을 수 있게 지원하는 연수를 제공해줄 것을 제안해본다. 실제로 몇몇 시도교육청에서는 일부 부장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한다. 연수의 내용 중에는 혁신교육에 관한 것도 있고, 퍼실리테이터 연수도 있다.

이런 연수를 '일부'에게만 적용하는 이유는, 아마 가뜩이나 부장기피가 있는데 이런 연수마저 듣게 한다면 더더욱 기피가 심해질까 봐 걱정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기왕 맡게 된 부장이라면, 뭔가 해보자라는 의지를 갖고 의욕 있게 도전하는 부장교사들이 있다. 억지로 떠맡겨졌더라도 막상 일을 하다 보니 도움이 필요한 부장교사들도 있다. 이들에게 적절한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해달라는 것이다.

이미 교사리더십에 관한 여러 연구들이 진행된 바 있다. 아직 이러한 연구들이 보편 교사들에게 적용되는 프로그램으로 변환되어 자리 잡지를 못했다.

당장 떠올릴 수 있는 리더십 프로그램은 퍼실리테이터 교육이다. 법적, 행정적으로 동등한 교사들을 이끌고 부서회의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부서회의에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할지 고민하는 부장교사들도 있지만 단순히 부서회의가 부장회의에서 결정 난 사항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부서회의는 학교 자치에서 가장 근간이 되는 소규모 회의다. 이것이 잘 진행되어야만 학교구성원들의 소통을 제대로 이끌어낼 수 있다. 예산을 들어 회의 때 간식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장이 회의를 잘 이끌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것을 강제할 수는 없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뜩이나 기피가 심한데 연수마저 의무화한다면 더 심해질 수 있다.

의무연수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교사들이 필요하다면 선택할 수 있게 제공하자는 것이다. 어차피 모든 학교의 모든 부장교사들을 대상으로 일괄적인 의무연수를 실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부장교사마다 필요성을 느끼는 시점이 다를 수 있다. 그럴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리더십 프로그램이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가 있다.

학교자치가 점점 더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에게 자치역량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부장교사들의 역할이 자기 부서가 맡은 업무나 교과, 학년의 것들을 모아서 교감, 교장에게 보고하는 중간자적 역할, 즉 터미널이었다면, 학교 자치 시대의 부장교사의 역할은 부서 내 뿐 아니라 부서 간, 부장 간을 넘나들며 학교 구성원 전체를 바라보는 중간리더로서의 역할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적절한 지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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