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플러스] 라틴어로 기쁘게 한다는 뜻인 ‘Placer’에서 유래된 플라시보 효과는 마음이 신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심신일원론과 심신이원론으로 대비되는 생각에 따라서 플라시보 효과를 바라보는 관점이 대립된다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편 플라시보 효과를 생리적으로 보면 거짓된 치료이지만 심리적, 사회적으로 보면 의미있는 치료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플라시보 효과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살펴해 봄으로써 청소년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양하게 접근하고 이를 깊이 있게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플라시보 효과는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위약효과(가짜약)효과라고 부르는 플라시보 효과가 존재한다고 본다면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게 됩니다. 틱 장애를 밝혀낸 사피로(1923-1995)라는 정신의학자는 이 효과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질병 자체를 치료하는 효과보다는 질병의 상태를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하였는데요, 환자가 자신의 병세가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통해서 질병치료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노보세 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플라시보와 달리 부정적 감정으로 미래를 예측하면 병세가 악화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두 개념 모두 개인의 사회심리적 반응, 즉 의사의 진단에 대한 신뢰, 처방약의 성실한 또는 불성실한 복용 등의 태도로 나타날 수 있고 엔케팔린이나 엔돌핀과 같은 내분비 오피오이드의 활성화 등을 통해 측정가능한 생리적 측정값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검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밀하게 플라시보 효과를 생리의학적으로 설명하는데는 여전히 부족한 면이 존재합니다.

반대로 플라시보 효과에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도 존재합니다. 이는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이 의학적으로 측정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꼬집습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플라시보 효과를 썼을 때 ‘언제나’ 효과를 얻는 것은 아니며, 때에 따라서 환자가 의사를 불신하는 방향으로도 흐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환자의 경우 여러 명의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플라시보 효과를 중시하는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를 경험할 경우 지나치게 긍정적으로만 보는 의사라고 오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이 과정에서 오히려 병이 증세가 나쁘기 때문에 반대로 좋아질 것이라고 표현한다고 환자가 받아들이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플라시보 효과의 한계와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한편 플라시보 효과가 적용되기 어려운 환자군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미래를 예견하지 못하는 알츠하이머 환자가 그들입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환자의 증상에 따라서 플라시보 효과를 적용할 수 있는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구분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플라시보 효과의 적용영역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알려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대립되거나 제한적인 상황 외에도 윤리적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플라시보 효과는 약을 사용할 때 뿐만 아니라 수술을 하는 상황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60년 대 미국 시애틀 심장병 의사인 레오날드 코브는 협심증 치료방법으로 환자에게 가짜 동맥접합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협심증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의료윤리적으로 큰 문제를 불러왔습니다.

특히 정직성과 인권이라는 윤리적 기준에서 볼 때 의사는 환자를 속인 것이 되며, 존중받을 권리를 침해할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 다소 문제가 있어도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에 제동을 걸게 됩니다.

플라시보 효과는 현대의학에서 어떻게 활용될까요?

그런데 플라시보 효과는 의학연구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실험을 하려는 약을 투여한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위약을 복용하는 환자그룹)으로 나눠서 신약의 효과검증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맹검실험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는데, 환자가 실제약인지 위약인지 모르게 하는 실험을 이중맹검실험, 처방하는 의사조차도 어떤 약이 위약이고 실제 약인지 모르게 하는 것이 삼중맹검실험입니다. 이러한 실험을 무작위 대조군임상실험이라고도 합니다.

플라시보 효과의 사회적 차원에서 해석은 어떤 것인가요?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해 보면 플라시보 효과는 의료인류학 차원에서 연구대상이 됩니다. ‘사회공발성 질병’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는 폭력, 에이즈, 매춘, 약물남용 등 다중 요인들이 서로를 유발시켜 질병의 강도를 더 증대시키는 질병으로서, 한 요소가 상대의 다른 요소를 수반하거나 증가시켜 질병확산이 더 빨라지는 일종의 변이형태의 유행성 질병 유형을 의미합니다.

좀 어렵죠? 쉽게 말해서 사회공발성 질병은 이 병에 걸린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병을 의미합니다.

2015년 찰리쉰이란 미국 영화배우가 자신이 에이즈에 걸린 것을 숨기고 여러 사람들과 성관계를 맺은 사건이 있습니다. 이를 플라시보 효과와 연결해서 생각해 본다면, 당시 사람들은 에이즈에 걸리면 죽을 수밖에 없다,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남은 여생을 내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 등의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이 때 에이즈에 대해 플라시보 효과를 쓴다면 처음에는 소수의 개인에게 병세가 호전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게 되고, 이런 것들이 사회문화적으로 자리잡히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에이즈와 같은 난치병을 치료해볼려는 태도를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플라시보 효과를 특정 사회집단의 병에 대한 태도를 형성할 수 있는 원인으로 보는 것이 의료인류학적 접근입니다. 병에 대한 태도만으로도 사회적 문제를 줄이거나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플라시보 효과를 사회적 차원에서 봤을 때 사람들의 병에 대한 문화적 태도를 알 수 있고 그 사회의 정치경제문화의 분위기도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사회만 해도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많은 것만 봐도 대체로 낙천적인 사고를 지닌 사회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처음에 플라시보 효과란 단어를 봤을 때 들었던 생각과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 달라졌기를 기대하면서 오늘 칼럼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송민호 칼럼니스트
송민호 칼럼니스트

송민호는 서울대학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해군사관학교 사회인문학처 교수,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서울대 벤처 휴먼디자인랩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각 분야에 깊은 전문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기획력과 판단력이 빠르고 정확하며, 추진력이 강한 것이 장점이다. 칼럼니스트로 독자들에게 유익하고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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