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사전기획 입찰 참여 조건으로 '8시간 의무교육' 지침 준비...건축사, 건축관련 교수 등 대상

안전원 관계자, 사전기획가 현장 이해 문제제기 대응..."교육과정, 교수학습 등으로 구성할 예정"

건축전문가도 8시간 교육은 형식적 우려..."학교 현장 아닌 본인들 공간 과업 집중 가능성 높아"

(이미지=교육부)
(이미지=교육부)

[교육플러스=지성배 기자] 학교시설 설비건축 및 리모델링 사업에 사전기획이 의무화된 가운데, 건축사 등이 8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사전기획 입찰 자격을 주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된 ‘교육시설 등의 안전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추정 설계비 1억원 이상 학교시설 설비건축 및 리모델링 사업에는 의무적으로 사전기획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사전기획자의 자격으로 건축사, 건축계획 또는 건축설계 분야 조교수 이상, 건축계획 또는 건축설계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로 제한하면서 당초 사업의 취지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관련기사)

그런데 교육부는 건축사 등의 사전기획가에게 실무교육을 지원하겠다며 8시간의 교육이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7월 중순께 지침을 고시할 예정이다. 즉 8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사전기획가로서 사전기획 입찰 등에 참여시키겠다는 것.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지원기관인 한국교육시설안전원(안전원) 관계자는 “사전기획의 품질이나 수준 등에 대한 문제가 계속돼 교육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어 교육을 안 받으면 사전기획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내용은 거의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중심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8시간 교육으로 학교 현장 이해 가능할까...쏟아지는 의구심과 우려 그리고 비판


그러나 8시간 교육만으로 어떻게 교육과 학교현장을 이해할 수 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교육과정을 반영한 공간을 설계하겠다며 사전기획 제도를 반영, 2025년까지 총 18조5000억원의 거금을 투자하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에 적용한 것에 비해 교육 내용과 시간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건축연구소를 운영하는 A 소장은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취지나 목적, 수행 과업 등 기존 연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다양한 현장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이론 기반 연수는 현장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사 등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교육을 주제로 이야기를 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는 곳”이라며 “건축사분들이 교육공동체참여 사전기획을 주도할 경우 학교문화에 대한 이해보다 본인들 과업을 수행하는 공간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사용자참여설계를 반영하는 사전기획 제도 자체의 취지를 제대로 이룰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고인룡 공주대 건축학과 교수 역시 "공간 및 건축적 자격을 지닌 사람이라 할지라도 단지 물리적 조건과 시설의 기획과는 다른 지식과 경험 그리고 전문성 갖지 않으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8시간의 교육으로 그것도 경험이 길지 않은 특정위탁기관만의 주도로 진행하게끔 한다는 것은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에 따르면 학교건축의 사전기획은 교육비전과 교육방법, 학습 특성 등을 정의하고 현황 분석을 기반으로 학교의 교육적 가치를 공간적 요구사항으로 정리하여 설계단계로 넘겨주는 복합적인 단계이다.

고 교수는 "건축퍼실리테이터(촉진자)로서 다양한 입장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서 고도의 퍼실리테이팅(촉진)의 능력과 균형감을 가지고 사용자인 교사, 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숙고(problem seeking))하여 '교육-공간적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대화이며 합의 과정"이라며 "사업을 해내기 위한 형식적 절차와 형식적 자격의 부여 보다는 다양한 상황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과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의무화된 교육은 교육부, 교육청 등 기관과 건축사협회 등 민간 차원에서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는 건축사협회가 당분간 유료로 교육을 할 수밖에 없어 협회의 돈 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교육계 관계자는 “사전기획 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건축사 등 사전기획가들에게 유료인 교육을 의무화하면서 결국 건축사협회 등 민간협회의 수익 창출 구조가 되었다”며 “정부 정책에 참여하려면 민간에서 유료교육을 받고 오라는 것이 문제가 안 되는 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에 안전원 관계자는 “교재도 만들어야 하고 강사도 섭외해야 해 유료가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면서도 “교육부장관에게 교육계획서를 내야 하고 계획서에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제출하도록 했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가격이 형성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건축사 등은 전문성 향상을 위해 연별로 이수해야 하는 교육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이수할 경우 점수로 환산된다. 이를 위한 형식적 연수 참여에 대한 우려도 나오긴 했지만, 사전기획 교육은 해당 시간에 포함되지 않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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