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나양 일가족 '비극'...교육부 대책은 "체험학습 중 학생에게 주1회 전화하라"
2018년 강릉 팬션 사고 오버랩..."당시 제출한 자료들 활용해 어떤 대책 세웠나"

민천홍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
민천홍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팀/ 춘천 남산초 교사

[교육플러스] 교외체험학습을 떠난 후 완도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고 조유나양 가족 관련 사건으로 전국민적인 관심과 안타까움이 큰 상황에 교육계에는 다소 엉뚱한 방향의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바로 교외체험학습 제도 논란이다.

지난 6월 29일 교육부는 교육부 차관과 시도교육청 부교육감의 영상회의 진행 후 연속 5일 이상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할 때 주 1회 이상 담임교사가 학생의 안전을 확인해 줄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대응을 두고 오히려 교육계가 발칵 뒤집히는 등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우선 두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실행의 효과성이다.

무릇 어떤 제도나 정책이 도입될 때는 그에 따른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인 확인 중이지만) 이번과 같은 상황에서 과연 5일 마다 거는 확인 전화가 가족의 참사를 막는데 의미 있게 작동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 제도를 문제없이 활용 중인 다수의 가정에 갑작스런 절차 변화나 강화로 불만이 커지고 학교와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가정이 신청하는 교외체험학습의 허가 및 운영 권한은 학교장에게 있는 법령 상의 현실과도 맞지 않은 과도한 개입이라 할 수 있다.

시도에 따라 결과 보고서에 사진 첨부, 학생 면담으로 사실 확인, 영상 통화 등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간 세부 방안을 내어놓고 있는데 이는 경우에 따라 교사가 부모를 일종의 잠재적인 가해자로 생각하고 취조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직접적인 인과 관계없이 특수하게 발생한 상황으로 인해 모든 부모와 교사들이 이런 절차를 겪어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할 수 있을까?

둘째, 사건과 관련해 필요한 논점을 흐리게 만든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교외체험학습 제도 자체에 있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건 발생 초기에 체험학습에 대해 문제 삼는 기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일부 언론의 문제 제기 이후 교육부의 대책 발표가 나온 29일부터 교외체험학습에 대한 기사가 크게 늘어났다.

이는 체험학습이 본질적인 원인이 아님에도 교육부가 그것을 원인 중 하나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고, 이는 이 사건과 관련해 필요한 논의(코로나 이후 자영업자의 상황, 가정의 심리적 우울 지원 등)에 대한 논의가 과도하게 분산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이후 뉴스에서는 체험학습, 가상화폐 관련 이슈는 언급되고 있지만 가족이 자살을 결정할 정도의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가족이 활용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이나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의 생계 지원 등에 대한 논의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부는 왜 이런 대응을 내놓았을까? 그 원인은 아마도 ‘빨리 면피하고 싶은 마음’, ‘관습적인 대응 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일부 언론사가 문제 제기를 했더라도 이번 사건과 같이 체험학습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닌 사안에 대해서 교육부가 할 일은 성급한 대책 제시가 아니라, 오히려 무리한 연결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 혹은 제도 전반에 대해 숙고를 하겠다 정도였으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교외체험학습' 제도는 도입 초기부터 가정에서 가는 체험학습이 학교 교육과정과 일치하기 어려움에도 결석이 아닌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인해 논란이 되었다.

또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정 학습의 방안으로도 활용되면서 타당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며,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특별한 목적 없이 자녀를 미등교 시키면서 방치하는 경우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있었기에 논의가 필요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여러 방면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종합적인 판단을 거쳐 제도를 수정 보완하는 과정이 있었어야지 체험학습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상황에 대해 부랴부랴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일부 언론이 지목하니 면피하고 싶어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진=mbc뉴스 캡처)
(사진=mbc뉴스 캡처)

"2018년 강릉 펜션 가스누출 사고와 대응 방식이 비슷하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교육부의 자료 집계나 관련 자료 수집 절차의 문제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학교에는 교외체험학습에 대한 주 1회 전화통화 등의 방침은 물론이고 현재 5일 이상의 교외체험학습 현황을 조사하라는 공문이 내려온 상태다.

이 상황 낯설지 않다. 2018년 12월 고3 학생들이 교외체험학습을 간 강릉의 펜션에서 가스 누출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교육부는 이틀 안에 시도교육청에 고3 학생의 교외체험학습 실시현황 및 학사운영 점검 결과를 21일 오전까지 알려 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이에 몇몇 시도교육청은 고3 외에 초중고 전체 학생의 체험학습 자료나 숙소 유형, 보호자 동행 여부, 보호자 유선 확인 여부, 허가 인원 등을 적어서 내라고 내려 보냈었다.

이번엔 당시보다 조사 내용이 나름 간소화 되었지만 당시 이렇게 낸 자료들은 어떻게 활용되었을까? 학기말 바쁜 상황에 하루 이틀 만에 모아낸 자료들로 어떤 의미 있는 대책 수립이 있었나? 과연 그런 자료가 필요했었을까?

이번에도 필요한 대응은 장기 체험학습 학생에 대한 안전 확인만 당부하면 될 일이었다. 굳이 엑셀 양식에 담은 숫자가 큰 의미가 없음에도 교육부는 여전히 똑같은 방식의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

정말로 자료와 데이터가 필요하다면 체험학습 관련 신청과 결과물을 진작에 온라인 시스템으로 취합하도록 전환했어야 한다.

교육부가 관련 이슈 때 마다 상황을 볼 수 있고 여러 문제 상황들이 아주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인지 체험학습 제도로 인한 것인지에 대해서 추론할 데이터를 가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취합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 있었으면서 상황이 터질때 마다 수기 제출한 문서 들로 뒤져 현황을 엑셀 파일에 입력해서 내라는 것은 후진적인 행정 조치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교육부는 도대체 누구와 대책 마련을 논의하는가"


이런 면피성 대응이 발생하는 주요 이유로 문제 상황에 대한 대책 논의를 현장 교원들과는 하지 않는 것을 꼽고 싶다.

이번 결정을 위해 교육부 장관이 공석인 현 상황에서 차관은 누구와 대응 방안을 모색했는가? 부교육감들과의 회의에서 대응 방안을 정했다. 2018년 강릉 펜션 사망 사건 때에도 당시 교육부 장관이던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부교육감 협의를 통해 체험학습 전수 조사 및 보고 방침을 결정했다.

물론 부교육감과의 대화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왜 현장에서 체험학습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교원들의 대표인 교원 단체나 노조와는 대화하지 않는가? 전화를 걸고 체험학습의 승인을 하는 것을 부교육감이나 교육청에서 대신 해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생각해보자. 소중한 아이와 한 가정의 참사에 대해 안타까움과 추모의 시간이 되어야 할 시간에 교사와 학교가 ‘내가 전화를 했었어야 했더라면…’라는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할까?

또한 앞으로 전국의 교사들은 체험학습 신청서를 낸 아이에 대해 “부모님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오렴. 다녀와서 보고 들은 것도 친구들과 나눠주고”라고 말하기 보단, ‘부모가 무슨 의도로 5일 넘게 체험학습을 가지?’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야하는 것일까?

아니면 ‘부모님은 요즘 별일이 없으시니?’, ‘어디 어느 장소에서 숙박하니? 주요 목적이 뭐니?’, 다녀와서는 ‘학대가 없었니? 제대로 체험했니?, 사진은?’ 하며 취조 같은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일까?

사실 이런 질문들도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를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만약 바뀌는 교육부 지시대로 통화를 했더라도 제주는 아니더라도 완도의 고급 펜션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가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 예측하고 도움을 청하거나 담임교사가 눈치 챌 수 있었을까?

교육부와 행정 관료들은 너무 모른다. 당신들의 엉터리 책임 의식과 면피성 대응 지침들이 학교 현장의 교사와 학생, 교사와 가정 사이에 얼마나 불필요한 불안의 덩어리들을 올려놓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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