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누리교육과정, 초등-초중등교육과정...“아동 발달단계 고려해 분리·운영되고 있는 것”
‘교육’에 대한 관점·가치관 정립 잘못돼...“교육은 행복과 성장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교육플러스] 교육부는 7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 정부 교육부 업무보고를 통해 5대 핵심 추진과제 중 하나로 ‘국가 책임제로 교육의 출발선부터 격차 해소’를 제시하고 “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유보통합 방안을 포함하여, 모든 아이들이 1년 일찍 초등학교로 진입하는 학제개편 방향을 본격 논의·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어 박순애 교육부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5세로 하향 조정하는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교육계 대부분이 정부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자 국무총리는 교육부장관에게 여론수렴을, 대통령은 조속한 공론화를 지시하는 등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교육플러스>는 교육계 대부분이 왜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는지 교육단체들 입장을 릴레이로 들어봤다. 정부가 여론을 수렴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편집자 주> 

김희성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기획2국장/ 서울전곡초등학교 교사.
김희성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기획2국장/ 서울전곡초등학교 교사.

[교육플러스=조미정 기자] 아동 발달 단계와 교육과정 고려하지 않은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 정책 동의할 수 없다.

교육부는 지난 7월 29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1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후 유아교육계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게 형성되었고 지난 8월 1일에는 700명 이상이 집결한 대규모 기자회견 및 집회가 열렸다.

교육부가 여론을 수렴하고 충분한 연구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책을 발표하지 않았다는 과정상 오류를 차치하고 이번 정책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교육’에 대한 관점과 가치관 정립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관점과 가치관은 물론 다양할 수 있다. 사람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본질은 분명하다고 감히 주장하고자 한다. 바로 아동의 행복과 성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취학연령 하향정책은 교육부장관의 인터뷰 등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을 미루어 보았을 때 ‘저출생 해결’, ‘노동인구 증대’ 등 이번 정책이 진짜 교육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도리어 교육부가 ‘교육’부 본연의 존재 이유를 잊고 교육 현장을 정책 실험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났다고 보여져 안타까울 따름이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유아교육은 누리교육과정, 초등교육은 초중등교육과정에 의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두 교육과정이 분리·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동의 발달단계를 고려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유아교육은 아동의 발달단계를 고려해 만3~5세 아동을 대상으로 놀이를 통해 배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초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학습 시간과 쉬는 시간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고 학습자들에게 정해진 자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이때의 기본 전제는 학생의 욕구지연 능력, 감정조절 능력이 충분히 발달 된 상태여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가 드러나는 대표적인 교육정책 중 하나는 ‘초등학교 한글책임교육’이다. 2017년부터 초등학교 1학년에서는 한글책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당시 학생들의 취학 전 과도한 선행학습 등에 대한 비판과 같이 다양한 이유가 있었으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학교 입학 후 한글교육을 실시하는 것에는 1학년의 발달 수준에 대한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노동경제의 관점에서도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이 문제는 교육계를 넘어 범사회적 차원에서 연구와 연대가 필요한 것이다. 결국, 해당 개편안을 통한 결과는 결국 모든 것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취학연령이 앞당겨지면 졸업연령 역시 앞당겨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청소년들이 노동(취업)시장에 나오는 시기 역시 빨라진다.

그렇기에 이 정책의 목적이 현행 법률상 청소년들을 빠르게 성인으로 만들어 노동 인력으로 활용하겠다는 발상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노동시장에 나오지 않고 학업을 이어가는 대학생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휴학, 졸업 유예, 대학원 진학 등의 경로를 통해 취업 시장에 나오는 시기를 늦추는 20대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인이 되는 시기를 빠르게 만들겠다는 정책은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일까?

교육부 홈페이지 부처 소개 내용을 보면 ‘국민과 함께 만드는 교육, 자율 속에서 성장하는 인재’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앞으로의 교육부에서는 해당 문구와 같이 국민과 함께 소통하는 과정을 바탕으로 아동들의 행복과 성장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 글. 김희성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기획2국장/ 서울전곡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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