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플러스] 교육부가 전 세계 16개국에 설립한 34개 재외한국학교는 세계 각국에 체류하는 재외동포 자녀의 교육을 담당하며 매년 한국 교사들을 선발해 초빙교사나 파견교사 형태로 지원한다. 해당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교육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재로의 성장을 돕고 있다. <교육플러스는> 프놈펜·하노이(대련)·광저우·대련한국국제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재외한국학교 근무에 꿈이 있지만 망설이고 있다면 그 도전에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세 번째 편은 구현경 대련한국국제학교 교사의 이야기이다.

구현경 중국 대련한국국제학교 교사.
구현경 중국 대련한국국제학교 교사.

2학기가 시작되고 일주일 출근했을까.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자마자 다시 도시 전체가 봉쇄됐다. 한국의 1.5배 넓이의 대련시 전체 인구 약 만 700명의 중 신규 확진자는 10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이제는 ‘어떡해...!’ 하는 패닉은 오지 않는다. 우선 넉넉히 장을 봐서 나를 위한 쿠키를 구워둔다. 학습꾸러미도 너무 급하게 챙기느라 뭔가를 빠트리는 일 없게 한 번 더 확인 후 보낸다. 코로나 블루에 빠지지 않도록 매일 아침 사람을 피해 러닝을 하고, 오는 길에 핵산 검사를 한 뒤, 원격 수업을 시작한다. 익숙함에서 온 능숙함이 그리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어쩌겠는가.

10월 1일은 중국 3대 황금주(黃金周) 중 하나인 국경절(国庆节)이다. 우리 학교는 주말까지 9일이 휴일이다. 여행을 갔다 위험 지역이 되면 일주일간 격리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에, 여행지를 신나게 찾아보던 손가락을 멈춘다.

능력자도, 경력자도 아닌 나에게 재외한국학교는 절대 쉽지는 않은 곳이다. 교육부 인사가 바뀌면 교육 정책도 따라 금방 바뀌는 한국과는 다르게, 이곳은 그런 유행과 시행정책의 영향을 조금 덜 받는 면이 있다.

지필 평가를 보고, 학생 포상이 있고, 초중등이 함께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과학의 날 행사를 할 때는 중국인 학교 기사님께 부탁드려 pvc 호수, 셀로판지 등을 포대자루에 담아 구해온다. 한국이라면 키트로 쉽게 구할 법 하지만 여기는 그런 게 쉽지 않다. 코로나 상황에 배송비가 배가 돼서, 도서관에 둘 책 한 권 주문하는 것도 신중을 가해 회의한다.

어떤 것은 마치 10년 전 학교의 모습 같기도 하다. 그래서 자꾸 비교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참 착하고 요즘 한국에서 교사들이 겪기도 하는 극단적인 갈등은 잘 없다. 교사, 학부모, 마을 전체가 아이들 교육에 함께 신경을 쓰기 때문일까, 짐작해본다. 꼭 빨리 변하는 교육 정책들은 항상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새로운 경험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한국에 계신 지인분들이 멀리 가서 고생한다고 위로해주시지만, 한국에 있었다고 교사 생활이 편하고 평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걸 안다. 오히려 내가 스스로 풀어가지 못하는 문제들에 괴로워만 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운남성 여행에서.(사진=구현경 교사)
운남성 여행에서.(사진=구현경 교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스무 살이 되면, 많은 어른들이 ‘이제 여행도 많이 하고, 경험을 많이 쌓아!’라고 말씀하시곤 한다. 중국에서의 경험은 확실히 나에게 새로운 시선을 트여주었다.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을 해보면,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들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예를 들어 이런 거다. 이제 직장 생활이 n년차에 들어서며, 명품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그렇게 관심은 없지만 좋은 걸 가지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괜히 관심이 생기고 ‘나도 여기 돈 좀 써볼까...?’싶다.

그런데 여기 중국에서 길을 다니다보면, 어찌나 화려한 외제차가 많은지, 심지어 카시트가 온통 구찌인 띠디(滴滴, 중국판 카카오 택시)도 몇 번 봤다. 그러다 어느 날, 내 앞에 지나가는 비싼 외제차 로고가 알파벳 순서가 하나 다른 것을 발견해 버렸을 때. 내 생각에 제동을 거는 비판적인 시선이 생긴다.

“재외한국학교 적응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여행!”

8월 여름 주말, 친구들과 서핑을 마치고 저녁 햄버거를 먹으려 근처 호텔 식당에 들어갔다 독일 자동차회사 사장님을 만났다. 두 친구에게는 상사이고, 한 친구는 사모님과 이웃 친구라 몇 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 사이였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북한에서 왔는지 남한에서 왔는지 물으신다.

“사실... 북한에서 왔어요”라고 농담을 던지자 지진난 듯 흔들리는 동공을 보고 바로 장난을 거두었다. 독일어로 농담을 하는 독일인들 사이에 혼자 벙-쪄 있는 나를 눈치 채고는 “그럼 영어로 말해야겠네~”하고 배려해주시는 좋은 분이다.

세 번째 만남에서야 내 직업을 물었고, 한국 학교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고는, 얼마 전 미국국제학교 3학년 학생들을 초대해 공장 투어를 시켜줬다며 나보고도 오라고 했다. 어차피 친구가 담당자니, 편하게 연락하라고 했다.

나에게는 이런 경험이, 너무 신선하고 재미있다. 예기치 못한 일들이 여행에서 느끼는 즐거움 같다.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만 한가득 안고 중국에 왔지만, 생각보다 즐길거리도 많고, 살기 좋은 동네이다.(사진=구현경 교사)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만 한가득 안고 중국에 왔지만, 생각보다 즐길거리도 많고, 살기 좋은 동네이다.(사진=구현경 교사)

나는 그렇게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하지 못한 사람인지라 ‘어쩌다’ 중국까지 와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여기 놀러 온 건 아니기에, 쉽고 편한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외한국학교에 도전한 것은 나에게 정말 특별하고 좋은 여행이라고 돌아보게 될 것 같다. 이 경험이 새로운 점이 되어 다른 그림을 그리는 데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

“어떤 이유로 어디에 가든, 목적하지 않은 다른 것을 얻어가게 될 거다. 그 과정이 험난하고 때론 지칠지라도, 나에게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는 여행이 되길!”

#구현경 교사의 대련한국국제학교 적응기를 마감합니다. 그간 소중한 경험담을 공유해 주신 구현경 교사와 애독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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