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교사의 메타리터러시] ⑤진로와 미디어가 만나니..."직업에 대한 생각이 트인다"

학교도서관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와 친해지기

2021-09-01     김미옥 충주 예성여중 사서교사

[교육플러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존 미디어리터러시를 뛰어넘는 종합적 능력인 ‘메타리터러시(Metaliteracy)’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학교 미디어 종합 센터인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플러스>는 <전국사서교사모임>과 함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역량’을 높이기 위한 학교 미래 교육의 발걸음에 이미 동행하고 있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소개한다.

김미옥 충주 예성여중 사서교사

“그런데 미디어 리터러시가 뭐예요?”

지난 6월, 3년 전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들과 오랜만의 만남에서 들은 질문이다.

충북의 사서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하고 이를 학교에서 적용한 내용을 바탕으로 함께 펴낸 책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에 관해 이야기하다 영어 교사인 선생님이 내게 물어왔다.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보기는 하였으나 미디어 리터러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했다. 함께 있던 도덕 선생님도 동감하며 나에게 설명을 해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후 선생님들의 반응은 내가 처음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해 접하게 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용어가 생소해서 새로운 신개념의 교육 방법으로 여겼는데, 알고 보니 이미 전부터 해오고 있던 교육 활동이었음에도 괜히 어렵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현재 다양한 미디어 생활을 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교수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에 모두 공감했다. 교과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접목한 수업을 하게 된다면 수업에 활용하는 미디어를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음을 견지했다.

처음 학생들과 학교도서관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하게 된 것은 진로 선생님 덕분이었다.

학교도서관을 찾은 진로 선생님과 진로 수업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 자료에 관해 이야기 나누다 직업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몇 가지를 알려드리게 되었다. 며칠 후 이전에 활용했던 방송 자료보다 학생들이 더 집중해서 잘 본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진로 선생님과 함께 학교도서관에서 ‘직업과 일’에 대한 내용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하게 되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진로 선생님과 차시별 수업 내용을 계획하고 역할을 나누었다. 나는 수업 주제와 관련된 도서와 토론 활동을 안내하고 수업에 적용할 미디어인 유튜브의 특성 및 장단점, 이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법과 인포그래픽으로 조사한 내용을 표현하는 활동을 지도하는 역할을 맡았다.

진로 선생님은 본인의 수업을 위해 이렇게 도움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매우 고마워하셨다. 그래서 학교도서관에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수업을 하는 것은 사서교사의 역할이니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되고 선생님과 학교도서관에서 함께 수업하게 되어 기쁘다고 답해드렸다.

진로 선생님과 내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수업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두 선생님이 함께 지도해서인지 수업 내용에 흥미를 느껴서인지 생각보다 잘 따라와 주었다.

사사교사와 진로교사가 함께 준비한 '직업과 일' 수업에서 학생들이 활동하는 모습.(사진=김미옥 사서교사)

역시나 학생들은 유튜브를 능숙하게 활용할 줄 알았다. 직업과 관련하여 학생들에게 안내한 채널 외에도 다양한 영상들을 스스로 검색하여 수업 활동지에 관심 있는 직업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하였다.

진로 선생님은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이야기만 들었는데 학교도서관에서 수업을 진행하면서 미디어를 활용하여 수업을 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학생들이 직접 성우라는 직업에 대해 조사하고 인포그라피까지 한 활동 결과물.(이미지=김미옥 사서교사)

그리고 학생들이 평소에 즐겨 이용하고 많이 활용하고 있는 유튜브를 보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직업과 관련된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워크넷과 커리어넷을 수업 활동에 활용함으로써 제대로 된 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을 학생들이 알게 되어 더욱 유익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고 하셨다.

학생들도 수업이 끝날 때까지 집중하여 즐겁게 참여해주어 만족스럽게 수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학생들이 직점 소방관과 경찰관에 대해 비교 조사한 활동 결과물.(이미지=김미옥 사서교사)

어릴 적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기 전에 자전거를 타고 마을 곳곳을 누비는 동네 언니 오빠들이 정말 멋있고 부러웠다. 나도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막상 배우려고 하니 넘어져 다치는 것이 두려워 한참동안 배우길 망설였다.

그러다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 둘 자전거를 타고 신나하는 모습에 나도 용기를 가지고 자전거를 배우게 되었다. 다행이 한 번도 넘어지지 않고 쉽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실제로 해보니 어려운 일도 무서운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몇 년을 타지 않다가 오랜만에 다시 자전거를 타도 어려움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나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은 어릴 적 자전거 타기와 같았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심은 많지만 과연 내가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주저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되어 직접 수업을 해보니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만약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하고 싶지만 망설이는 선생님들이 있다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시도해 보시길 바란다. 이미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미디어 수업을 위해 많은 것을 갖추고 있으며 사서교사는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에 필요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으므로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이 있을까 싶다.

여기에 여러 교과와 관련한 여러 가지 주제의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이 이뤄진다면 금상첨화, 시너지 대폭발이다.

자, 그럼 이제 슬슬 학교도서관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위한 페달을 밟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