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온라인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뉴스·미디어 비평해보니

[교육플러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존 미디어리터러시를 뛰어넘는 종합적 능력인 ‘메타리터러시(Metaliteracy)’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학교 미디어 종합 센터인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플러스>는 <전국사서교사모임>과 함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역량’을 높이기 위한 학교 미래 교육의 발걸음에 이미 동행하고 있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소개한다.

이정숙 경기도교육청 소속 사서교사
이정숙 경기도교육청 소속 사서교사

손가락 하나면 된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나 세상이 스마트폰 터치 하나로 연결된다. 움직이는 정보를 손 안에 들고 다닌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미디어 생활로 삶을 편하고 윤택하게 해주었다. 추가적으로 하면 ‘더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참여와 대면 활동 금지로 만나서 직접 하는 게 당연시 되었던 사회 참여와 교육까지 미디어와 온라인으로 접속해야 된다. 미디어 생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모든 활동이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교육부도 ‘성숙한 디지털 민주 시민’을 기르는 것을 몇 년 전부터 내세웠으며 이를 위한 많은 보도자료를 낸다.

2021년에는 미디어를 통한 교육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미리네(http://www.miline.or.kr/mps)’ 사이트 운영을 시작했다. 미디어와 온라인이 곧 삶이다.

정보는 말, 책, 스마트 기기로 전달매체가 발전하면서 담을 수 있는 내용과 형식도 달라졌다. 문자나 언어로 표현되던 정보들이 이미지, 동영상과 같은 시각화, 음악, 음성과 같은 청각화, 상상력이 현실화되는 가상현실화 등이 혼합되어 여러 감각을 자극하여 들어 온다.

이는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을 더 몰입하게 만들고 현실감을 잃게 만든다. ASMR이라는 신조어와 유투브 사이트가 많아진 것이 그 예이다.

(이미지=통계청)
(이미지=통계청)

통계청에서 제공한 ‘2020년 1분기 전 세계 국가별 소셜미디어 이용률’ 자료를 보면 아침에 눈 뜨자마자 팔로워 수 확인, 점심 먹으면서 좋아요 확인, 틈틈이 잊지 않고 댓글로 소통하며 바쁘게 생활하고 있으며, SNS와 함께 하루를 보내기 때문에 SNS 없는 삶이란 상상 불가라고 한다. 이 현상은 전 세계 공통이다. 그 중 대한민국이 87%로 3위를 차지했다.

학교 아이들도 노트 필기보다는 컴퓨터 자판과 동영상 촬영이 익숙하다. 학교와 학원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하루 종일 스마트 기기 앞에 있다. 영유아기 때부터 스마트기기를 접한 학생들은 이미 미디어가 익숙하다.

미디어는 4차 산업혁명과 기술 발전으로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어플리케이션과 각종 인터넷 플랫폼으로 경제활동과 온라인 참여문화를 유도하고 소통의 장을 제공하며 개인정보를 가져가고 타인의 사생활 침해가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진다.

그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뉴스도 사실정보 일부와 가짜 정보를 섞어 이야기로 만들어 진짜라고 믿게 한다. 기사의 정확성보다 댓글과 조회 수로 기사의 순위가 정해져서 ‘올해의 기자상’을 받는다.

점점 더 교묘하게 진위를 섞어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이는 심각한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다.

기사와 댓글, 주관적 생각이 담긴 1인 미디어를 보며 극단적인 주장에 빠져든 청소년들도 흔하고 온라인의 자극적 정보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방 안으로 숨어드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과 청소년을 보며 학교 교육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정말 필요하다고 느꼈다.


리터러시 교육의 최적지 '학교도서관'...이정숙 사서교사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학교도서관은 교육공간이다. 사서교사는 ‘책을 읽을 수 있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 교육의 연장이 문해력, 즉 리터러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정보를 담는 그릇이 책에서 미디어로 바뀌었을 뿐이다. 정보에 접근하고 이해하고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여 활용하고 재생산하고 평가·반성하는 과정은 같다. 미디어 리터러시도 정보활용6단계와 마찬가지로 ‘접근 - 비판적 이해 – 미디어의 평가와 활용- 재생산과 소통’의 단계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존의 정보활용 교육에 사회적 참여와 소통, 문화공유를 추가한 학생 활동 중심 교육으로 구성했다. 직접 해봐야 더 잘 안다. 수업하기로 마음 먹고 일정을 잡는다.

일과 중에는 수업과 수행, 1/2차 지필평가, 대회 등으로 방과 후는 학원일정으로 빡빡하게 채워진 고등학생들의 시간은 빈틈을 찾기가 어렵다.

1년의 학사일정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참여할 수 있는 날을 정하여 3차시 총 6시간으로 방과 후 저녁시간(19:00-21:00)으로 편성하여 온라인으로 만나 수업했다.

1차시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뉴스읽기, 2차시는 미디어를 통한 비판적 사고와 평가, 3차시는 미디어를 통한 사회 참여와 문제해결을 주제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 운영학교’ 공모하여 선정되어 eNIE 사이트와 미디어 자료와 강사님의 도움으로 함께 진행하였다.

수업 전에 책 ‘유튜브에 빠진 너에게(구본권)’,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김성우, 엄기호)를 먼저 읽고 필사와 소감, 토론으로 미디어 시대에 왜 독서와 문해력이 중요한지 생각해보고 의견을 나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 중 한명은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선택의 기준‘이 중요한데 그 기준을 강화하기 책과 인문학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동영상으로 표현하는 시대에 자기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

1차시 수업에서는 SNS와 1인 미디어, 다양한 플랫폼을 서로 토론한 기준에 따라 평가해보고 그 특징을 적고 토론한다.

2차시 수업은 뉴스 리터러시이다. ‘뉴스도 소비되는 상품’이므로 ‘이것은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사에서 사실과 의견을 골라낸다.

신문을 볼 수 있는 빅카인즈와 eNIE사이트를 이용하며 뉴스를 살펴보고 포털과 다른 점을 찾는다. 그리고 기사를 내보낸 신문사의 관점까지 생각해본다. 같은 사실에 대한 다른기사를 보며 학생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이들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자신의 의견을 표했다.(사진=이정숙 사서교사)
아이들이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자신의 의견을 표했다.(사진=이정숙 사서교사)

온라인 수업은 각자의 PC로 접속하기 때문에 바로바로 검색하고 공유하는 것이 즉각적이라는 강점이 있었다. 또 자신이 직접 뉴스를 제작하고 서로 비교해보면서 '뉴스는 만드는 사람의 주관적 견해가 들어갈 수 있다' 점을 깨닫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기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토론하며 뉴스 제작환경을 체감해본다.

마지막 3차시 수업은 미디어로 사회적 참여를 하는 시간으로 사회문제를 청소년 입장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그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을 공유한다.

(사진=이정숙 사서교사)
(사진=이정숙 사서교사)

‘덕분에 챌린지’등 다양한 사회 운동을 소개한다. 그리고 코로나 19, 환경문제를 다룬 ‘마스크 끈 자르기 챌린지’를 골라 자신의 SNS로 함께 참여하고 소통한다.

수업 후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정말 신기하다.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개념이 생소했는데 배우고 보니 정말 재미있고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뉴스 중에서 가짜 뉴스가 있다는 게 화가 난다. 온라인으로도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예절을 지키며 저작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평소에는 헷갈렸는데 이제는 잘 알 것 같다. 그래서 이 수업이 정말 고맙다”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회 여러 기관에 직접 댓글을 달고 의견을 개진하니 “내가 좀 있어 보이고 대단해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교육활동은 신청자에게 소중한 시간이었다. 고등학생은 졸업하면 바로 사회로 나간다. 온라인 댓글을 보며 상처받고 방황하거나 자신의 스트레스를 댓글공격으로 푸는 학생도 많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에게 한 조언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현재 미디어 리터러시는 여러 교과에 흩어져있으며 다루고 있는 내용과 범위도 조금씩 다르다. 초·중·고 단계별로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없어 교육의 효과가 미미하다. 4차 산업혁명과 IT기술의 발전, 코로나 19로 교육의 외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면 이제는 미디어가 삶인 학생들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때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기존에 정보활용교육을 해왔던 사서교사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할 수 있다. 책에서 미디어로 정보를 담는 매체만 달라졌을 뿐 정보를 선별하고 활용하여 자신의 결과물을 만들어 공유하는 정보활용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는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공유가치와 소통과 사회적 참여도 온라인과 미디어로 직접 해보며 가르칠 수 있다.

사서교사가 주도하여 학교도서관에서 다양한 정보원을 접하고 독서로 인문적 가치관을 세우는 학생이 활동 중심으로 구성된 교육이 진정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

하루빨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학교에 정착되어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써 행복하고 건강하게 미디어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 이 글에 소개된 수업은 이정숙 사서교사가 지난해 경기 수내고등학교에서 진행한 미디어리터러시 수업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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