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플러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존 미디어리터러시를 뛰어넘는 종합적 능력인 ‘메타리터러시(Metaliteracy)’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학교 미디어 종합 센터인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플러스>는 <전국사서교사모임>과 함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역량’을 높이기 위한 학교 미래 교육의 발걸음에 이미 동행하고 있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소개한다.

김보경 부산고 사서교사
김보경 부산고 사서교사

학교도서관은 크고 작은 나름의 ‘문제(subject)’를 가지고 있는 다양한 학생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그것은 학생들이 교육과정 속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일 수도 있고, 진로에 대한 고민과 탐색일 수도 있으며, 인간관계에 대한 호기심 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 등 다양하고도 섬세하다.

나는 고등학교 사서교사로서 지난 10여년간 학교도서관의 자료와 공간을 활용하여 ‘진로 독서’, ‘한 학기 한 권 읽기’ 등의 방법으로 텍스트 매체 중심의 독서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스마트폰이 도입되고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대중화되면서 변화에 민감하고 적응력이 빠른 청소년들은 인쇄 매체가 아닌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여 정보 추구 활동을 하게 되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열어 구글링을 하고, 필요한 정보를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얻는다. 종이 신문을 접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도 인터넷 뉴스는 매일 접하며 댓글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렇게 인터넷 공간을 통한 미디어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현명하게 정보를 분석, 해석, 평가하며 다양한 메시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고백하건대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개념을 접한 지는 꽤 되었고 관련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통감하고는 있었지만, 디지털보다 아날로그가 익숙한 나의 성향과 새로운 교육 환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기존의 방법만으로 독서교육을 고집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은 더 이상 공교육과 학교도서관, 그리고 그 속의 내가 그대로 머무를 수 없도록 변화를 재촉했다. 비대면 원격 교육이 일상화되면서 학생들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하루의 대부분을 미디어를 이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변화하는 환경과 시대적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고자 2021학년도 새학기를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외면해왔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내가 먼저 공부해보기로, 그리고 그것을 나의 독서 수업에 적용해보기로 말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제로 출판된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어보고, 미디어 생활에 나보다 익숙한 동료, 후배 사서선생님을 만나 디지털 매체에 대한 감각을 배우고 수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아이디어를 얻었다.

또 전국 각급의 사서교사분들께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제로 선구자적으로 연구하신 소중한 자료집들을 찾아보며 내가 만들어갈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설계해 보았다.

내가 진행할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은 1학년 전 학급을 대상으로 주당 1차시씩 총17차시로 진행되는 창의적체험활동의 독서활동으로, 정규 교육과정 안에 편성되어 있다.

한 학기 수업의 전체적인 목적과 방향은 ‘학생들이 미디어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좋은 정보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짐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각자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을 키워 자신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 보는 것’으로 설정하였다.

앞서 관련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사서교사들이 오래전부터 해오던 ‘정보활용교육’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원을 활용한 주제탐색 활동 및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일련의 수업 활동을 마무리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리하여 수업의 초반부(3-4월)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 이해하기, 저작권 올바르게 이해하기, 좋은 정보(뉴스)가 무엇인지 구별하기, 정보원의 개념과 종류 알아보기 등으로 구성하였다.

다양한 정보원 중에서 요즘 청소년들은 영상콘텐츠 플랫폼 유튜브를 제일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정보원이 될 만한 유튜브 소개하기’라는 과제를 내어 한 사람씩 돌아가며 발표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정보원이 될 만한 유튜브 소개하기' 과제를 이행하는 학생.(사진=김보경 사서교사)
'정보원이 될 만한 유튜브 소개하기' 과제를 이행하는 학생.(사진=김보경 사서교사)

친구들이 소개하는 채널이 담고 있는 주제와 정보의 카테고리, 콘텐츠 제작자의 전문성, 정보 업로드 주기, 전체적인 채널의 가치와 신뢰성, 유용성, 완전성 등을 서로 평가해보았다.

학생들은 평소 유튜브를 생각 없이 여가시간을 떼우는 것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잘만 선택하면 좋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피드백하였다.

특히 ‘가짜뉴스’ 현상과 ‘필터버블’ 개념 등을 함께 알아보며 미디어가 가진 힘의 장단점을 토론했던 온라인 수업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학급에서는 슬기로운 미디어생활을 위해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소셜미디어의 ‘맞춤형 추천 기능 끄기’ 챌린지를 펼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수업의 중반부(5-6월)는 주제를 선정하고 해당 주제를 탐색하기 위해 대표정보원(단행본 1 권)과 보조정보원(영상콘텐츠, 전자자료, 신문 기사, 통계자료, 논문 등 다양한 정보원 2-3개)을 스스로 선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존의 정보활용교육에서 실시하는 좋은 주제를 선정하는 방법 및 과정을 따르도록 안내하였고, 효과적인 인터넷 정보원 검색 방법 등을 안내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이 스스로 수집한 정보원을 탐독하는 시간을 거쳐 마지막 수업의 후반부(7월)에 주제탐색 활동보고서를 작성, 발표하고 서로의 활동에 대해 피드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단편적으로 이 과제의 결과만으로 학생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겠지만, 미디어를 활용하는데 있어 진지함과 성숙함 한 스푼 정도는 추가 되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렇게 적고 보니 나의 첫 번째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은 기록할 만한 특별할 것 없이 소박하고 어설프다.

비대면과 대면 수업을 교차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업 자료를 다양한 형태로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 내가 처음 시도해보는 영역이었기에 다소 어색하고 모호한 부분이 많았다.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다루는 지식의 양이 생각보다 방대해서 욕심만큼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지 못한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고교 학사일정 특유의 빡빡함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활동 시간을 제대로 안배해 주지 못하였다.

그래서 나는 성공이라기보다는 실패에 가까운 수업이었다고 자평한다. 그러나 감히 실패 앞에 ‘멋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 두려움을 뛰어넘어 새로운 미지의 주제에 도전하고 공부해보았다는 점, 향후 다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할 때 어떤 점을 보완할 것인지 인지하고 다시 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는 점 때문이다.

내가 겁 없이 도전하며 느낀 것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다양한 영역 중에서 ‘데이터’를 보는 눈(분석)을 가진 정보 전문가인 사서교사가 제일 잘 교육할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야 하고, 그것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로 나의 두 번째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은 조금 더 멋진 실패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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