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플러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존 미디어리터러시를 뛰어넘는 종합적 능력인 ‘메타리터러시(Metaliteracy)’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학교 미디어 종합 센터인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플러스>는 <전국사서교사모임>과 함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역량’을 높이기 위한 학교 미래 교육의 발걸음에 이미 동행하고 있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소개한다.

박인혜 청주 중앙중학교 사서교사
박인혜 청주 중앙중학교 사서교사

오후 3시 30분. 6교시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으로 하나둘씩 아이들이 들어온다. 방과후 단골손님들이다. 대부분 하교 직후 학원이 없거나 아예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다. 집에 가면 컴퓨터 밖에 하지 않는다며 도서관에 남아있는 아이도 있다. 조잘조잘 오늘 있었던 일을 떠들다가 갑자기 가방을 부시럭댄다.

“쌤, 이거요!” “이게 뭔데?” “병뚜껑이요!!!”

학생들과 함께 모은 병뚜껑.(사진=박인혜 사서교사)
학생들과 함께 모은 병뚜껑.(사진=박인혜 사서교사)

그렇다. 도서관 단골손님들과 나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으고 있다. 그렇게 모은 병뚜껑들이 벌써 두 바구니 가득 찼다. 병뚜껑을 모은다는 소문이 퍼져서 복도에서라도 병뚜껑을 주우면 도서관으로 가장 먼저 가져오는 아이들이 생겼다.

아이들이 겨울잠을 대비하는 다람쥐처럼 병뚜껑을 이렇게 열심히 모으고 그것을 도서관으로 가져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지난해 환경과 기후위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던 미디어수업 시간 때문이다.

“방과 후 우리 같이 미디어 이야기해볼 사람!”

2학기가 한창인 가을날, 맛있는 간식들을 미끼로 아이들을 모집했다. 역시나 도서관이 있는 방향으로 마음이 열려있는 단골손님들 10명이 모였다.

함께 이야기하게 될 주제와 미디어종류는 환경과 유튜브였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 중 몇몇은 환경 수업 이전에도 도서관의 분리수거를 가장 많이 도와주던 아이들이었다.

페트병의 비닐은 꼭 떼서 버리고 음료수의 찌꺼기도 씻어서 플라스틱으로 분리했다. 이미 에코백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던 아이들이었기에 더욱 더 환경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다.


1차시 : 아이들이 유튜브에 건의하고 싶은 것은?...미디어와 나에 대한 올바른 이해


환경에 진심인 아이들이 많이 모여 다행히 주제에 대한 동기부여는 어렵지 않았지만 유튜브라는 미디어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편이었다.

모인 아이들 중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은 유튜브를 이용한 정보검색, 영상감상을 하고 있었다. 유튜브를 사용하며 느낀 점이나 건의하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나라 언어와 한국어로 댓글을 분리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댓글을 찾으러 저 밑까지 스크롤을 내릴때가 많아요!”

“댓글을 달 때 게임에서 특정 욕설이나 단어를 금지어로 설정한 것처럼 유튜브도 그런 기능이 있으면 댓글창이 조금 더 깨끗해질 것 같아요.”

유튜브의 주 사용자답게 학생들은 실현 가능한 의견들을 생생하고도 다양하게 제시했다.

권력이 감추려 하는 진실을 드러내고 부당한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하는 빛나는 면과 조회 수를 위해 썸네일의 자극성, 팩트체크가 되지않은 정보들을 담는 어두운 면을 모두 살펴보았다.

시청자를 위한, 시청자에 의한 미디어라는 사실을 느끼게 된 아이들의 눈빛이 조금 진지해졌다.

환경 관련 유튜브 영상을 감상하는 학생들.(사진=박인혜 사서교사)
환경 관련 유튜브 영상을 감상하는 학생들.(사진=박인혜 사서교사)

2차시 : 유튜브 영상 보고 분석하고 소개하기


수많은 유튜브 영상 세계 속 양질의 환경 관련 동영상의 내용을 정리하고 평가하여 친구들에게 공유하고,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실천하자는 것이 이 수업의 목표였다.

본격적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수많은 영상 중의 <씨리얼> 채널의 ‘과학자들이 아무리 말해도 당신이 현실 부정하는 10년 후 팩트’와 <EBS교양 프로그램> 채널의 ‘10대가 말하다 틴스피치-청소년 기후행동 활동가 김도현’을 감상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진실들을 가장 간결하고도 충격적으로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고 감상을 정리한 후, 제작가, 내용, 형식, 사용자측면에서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영상의 댓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댓글을 골라 소개했다.


3차시: 책 『파란하늘 빨간지구』 비판적으로 읽기


인쇄자료야말로 신뢰성 있고 정확도가 높은 정보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한 자료일 것이다.

아이들의 머릿 속 기후위기 정보들을 구체화하기 위해 도서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선택하여 발췌독하였다. 그리고 KWL차트(K: 읽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W: 더 알고 싶은 것, L: 이 책을 읽고 새로 알게 된 것)에 정리하였다.

그래픽조직자활동지를 이용한 정보 활용 과정을 거치며 미디어 속 수많은 정보 중의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지식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패들렛에 업로드한 액션 플랜과 에코 행동 인증샷.(사진=박인혜 사서교사)
패들렛에 업로드한 액션 플랜과 에코 행동 인증샷.(사진=박인혜 사서교사)

4,5차시: 나의 기후 위기 실천 계획과 직접 평가한 유튜브 영상 패들렛에 공유하기


이쯤에서 드는 의문. 그래서 기후위기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 수업을 준비하는 나도 이 같은 의문이 들었다. 더 이상 우리에겐 많이 시간이 남아있지 않고 당장 행동해야한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2020년 9월에 개최된 UN청소년환경총회와 청소년기후행동단체의 홈페이지에서 답을 얻었다.

코로나의 여파로 ZOOM회의로 진행된 UN청소년환경총회 중등부의 액션플랜 20개를 살펴보고 각자 자신의 기후위기 액션플랜을 새롭게 다섯 가지로 정하였다. 이 액션플랜과 액션플랜을 실제로 실천한 인증샷을 온라인협업플랫폼인 패들렛에 업로드 하였다.

참여하는 학생들은 ‘슬로우패션을 추구하는 옷을 구입해 오래입기’ ‘마트를 갔을 때 비닐봉지대신 집에서 가져온 가방 사용하기’ 등과 같은 실생활에서 실제로 적용될만한 액션플랜과 인증상황을 공유하고 하트로 공감을 표시해주었다.

우리의 기후행동을 모두가 지켜보고 쓰담쓰담 칭찬해주는 기분이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기후행동단체의 홈페이지에서 봤듯이 ‘우리의 권리를 스스로의 목소리로 외치기 위해’ 학생들과 고민해본 결과 내 주변의 가족들과 친구들, 선생님에게 기후위기가 심각함을 알리고 함께 고민하자고 설득하는 방법으로 우리의 활동을 공유하고자 했다.

유튜브에서 환경 관련 영상을 2차시에 배운 방식으로 평가한 후 영상의 제목과 공유한 이유를 상세히 기록하여 패들렛에 공유했다.

링크를 공유 받아 영상을 감상한 다른 학생들이 감상평을 댓글로 달 수 있도록 홍보했다. 내가 연구했던 것보다 더 다양하고 자세한 영상들이 패들렛 담벼락에 걸리고 있었다.

청소년들은 사실 기후행동에 있어서 앞장서있는 존재이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10년 후 멸종위기종이 되지 않기 위해 기후위기를 위한 법안을 촉구했다. 그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결석시위를 하며 멈추지 않고 실천하고 있다.

우리도 이 의미 있는 발걸음에 동참하여 기후위기 액션플랜을 정하여 실천하고 있고 교내행동으로는 병뚜껑 모으기를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병뚜껑들은 서울 환경연합에서 진행 중인 캠페인 ‘프레스틱 플라스틱 서울’ 일명 ‘플라스틱 방앗간’으로 전달하여 치약짜개와 같은 실용적인 업 사이클링 제품으로 탄생될 예정이다.(현재는 방문 예약하여 직접 방문해야 함) 그리고 일 년 후, 다시 가을이 돌아온 지금 우리는 여전히 기후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나에게 도서관은?..."학생과 교사의 감성이 닿는 곳"


대학시절 도서관은 학교의 심장이라고 했다. 미국의 도서관들은 실제로 학교 가장 중심에 위치하여 모든 교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며 도서관의 사서교사들은 미디어전문가로 인정되어 미디어 스페셜리스트(Media Specialist)라고 불린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학교의 미디어센터로서의 도서관의 역할을 꿈꾸며 사서교사가 되었다. 도서관은 과연 내가 꿈꾸던 곳이었을까?

많이 기대했었나보다. 지금은 미디어리터러시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뜨겁지만 갓 임용되었을 때 내가 경험한 학교도서관은 학교의 중심에 위치해있지도, 교과와의 협업이 활발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학생들이 운동장 다음으로 좋아하는 곳이었다. 아이들은 다가와 자기 이야기를 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이 나와 예약구매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주기도 하는가하면 알콩달콩 만나던 도서부 선배와 헤어져서 힘들다고도 말한다. 그 아이를 안아주었더니 울었다. 수업시간 종이 치자 “이제 괜찮아요” 하며 하나도 안 괜찮은 얼굴로 교실로 돌아갔다.

학교가 끝나고도 한참을 앉아있다 가는 아이도 있다. 집에 가면 외롭기만 하고 할 게 없다고 한다.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니 고민하다가 게임이라고 답한다. 그것을 할 때 어떤 기분이냐고 물어보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고 해도 해도 즐겁다’라고 그간 보지 못한 미소를 보여준다.

이렇게 아이들의 삶에서 다음 미디어 수업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취미에 집중하는 주인공들이 나오는 영화를 함께 보고 지속가능한 취미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거야.”(이 수업사례는 『주제로 접근해 활동으로 완성하는 미디어리터러시 수업』 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나는 학교도서관에서 일하며 아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관찰하는 영광을 얻었다. 할 수만 있다면 오래도록 아이들의 곁에 앉아 “오늘 무슨 일 있었니?” 다정하게 말 걸고 싶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 할 사람 모여라” 외쳐서 삶과 가치와 미디어 이야기를 잔뜩 나누고 싶다.

저작권자 © 교육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