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플러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존 미디어리터러시를 뛰어넘는 종합적 능력인 ‘메타리터러시(Metaliteracy)’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학교 미디어 종합 센터인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플러스>는 <전국사서교사모임>과 함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역량’을 높이기 위한 학교 미래 교육의 발걸음에 이미 동행하고 있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소개한다.

박장순 수원 연무중학교 사서교사
박장순 수원 연무중학교 사서교사

작년에 진행했던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에 관한 기사를 쓰게 되었다. 기사를 쓰기 앞서 선생님들의 지나 글을 살피니 감회가 새롭다. 전국 각지에서 이토록 노력하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겸허해진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무엇인지, 왜 학교도서관인지, 나아가 미디어에서 사회적 의미와 실천을 이끌어내는, 망설이면서도 시도하는 선생님들이 존경스럽다. 언제나 학교도서관에 대해 영상, 기사 등을 찾아보며 배움의 길을 발견한다.

위와 같은 생각은 메타 리터러시에 기반한다. 메타 리터러시란 '정보를 정의할 수 있고 효과, 효율적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경험한 학습 환경에서 정보활동 방식을 인지할 수 있고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대해 비판적으로 돌이켜 볼 수 있는 역량'(유사라, 2018)이다.

메타 리터러시를 갖춘 사람은 각종 정보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판단하고, 정보를 요약하며, 자신의 역량을 개선하는 데 활용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헬스 리터러시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들을 모두 포함한다.

오늘날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일수록 메타 리터러시 능력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10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이 존재하지 않았고, 인공지능은 영화 속에서만 나오는 환상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점점 상용화되기 시작했고,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전망도 있다.

그렇다면 다가올 미래에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학생들에게 관심있던 메타 리터러시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2020년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매체읽기 동아리는 이와 같은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창체동아리 시간을 이용해 1년간 3시간씩 5번의 동아리 모임을 진행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당시 1, 2차시는 영상과 과제를 이용한 수업으로, 3~5차시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원격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으나, 점차 개선해나간다는 생각으로 올해에는 내용과 방법을 수정하여 진행하고 있다.

(이미지=박장순 사서교사)
(이미지=박장순 사서교사)

첫번째 시간(1-3차시) : 미디어 환경 자가체크


첫 번째 시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늦게 시작된 작년 1학기였다. 온라인 수업이 막 시작되던 시기다. 학생들과 소통하기 쉽지 않았지만, 영상을 통해 오리엔테이션과 미디어 환경 자가체크를 진행했다.

미디어 환경 자가체크는 대중적인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 이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사용 기록을 기반으로 이용자가 좋아할만한 영상들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유튜브를 자신의 취향을 돌아보는 거울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알고리즘에 따라 자신이 좋아하고 동의하는 정보에 둘러싸이게 되는 필터 버블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도록 거미줄 그래픽조직자를 활용한 활동을 진행했다.

조금 무리한 일반화지만, 유튜브 영상을 재미, 감성, 정보, 의견/주장, 뉴스/이슈로 구분했다.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아이디로 유튜브를 키고, 가장 위에 있는 영상들이 어느 분야에 해당하는지 사진과 같이 체크해보도록 했다.

그 다음엔 학생들 스스로 해당 영상들을 5가지로 구분해보도록 했다. 그 결과 게임, 음악, 그림, 뉴스, 실험, 운동, 역사, 예능, MBTI, 팬영상, 영화, 드라마, ASMR, 예술 등 다양한 관심사가 나타났다. 자신이 보는 것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는 시간이었다.


두번째 시간(4-6차시) : 매체 평가와 생각하기


두번째 시간은 매체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해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최신성, 대중성, 신뢰도, 도덕성, 흥미로의 다섯 가지 기준을 설명하고, 개인정보, 언론의 자유, 검열 등의 주제에 관해 기사를 제공하고 원하는 기사를 선택해 자신의 생각을 1가지, 자신과 다른 의견에 질문 2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3가지를 남기도록 했다.

첫번째 시간과 마찬가지로 영상으로 진행되어 아쉬움이 있었는데, 올해엔 경기사서교사회에서 진행했던 미디어 리터러시 연수를 바탕으로 광고, 인터뷰, 뉴스 등 다양한 매체 중 한가지를 선택해 창작자, 전달 방법, 시청자, 메세지 측면에서 분석하는 활동으로 변경하여 진행하고 있다.


세번째 시간(7-9차시) : 매체 제작 연습하기


실시간 원격 수업이 시작되고 같은 시간에 활동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카드뉴스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실습 전에 정보탐색 과정과 카드뉴스 제작 방법을 안내했다. 정보탐색 과정은 Action 5를, 카드뉴스 제작을 위해서는 무료 기능을 제공하는 디자인 플랫폼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용을 통해 정보 윤리를 지킬 것을 안내했다.

이로서 주제 정하기, 관련 자료 찾기, 주요 정보 골라내기, 새로운 정보 만들기, 평가하기의 정보 활용 5단계를 실습할 준비가 마무리되었다.

실습은 올바른 미디어 이용 방법에 대한 카드뉴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다.

선택 주제로 가짜뉴스에 속지 않는 법, 추천 미디어 소개, 개인정보 보호 방법 등을 제시했는데, 주제가 추상적이라고 느꼈는지 어려워하는 모둠이 있었다.

좀 더 학생들의 실생활에 가까운 주제가 필요했고, 게임에서의 개인정보 보호를 주제로 결정하도록 도와주었다.

결과물을 곧잘 만드는 친구들도 있었으나, 단순히 검색 결과를 복사해 붙여넣는 친구들도 있었다.

매체에 익숙한 친구들이지만 매체를 만드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 결과야말로 이번 시간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모둠 안팎으로 다른 친구들의 결과물을 관찰하면서, 그리고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결과물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었다.

학생들이 만든 카드뉴스.(사진=박장순 사서교사)
학생들이 만든 카드뉴스.(사진=박장순 사서교사)

네번째 시간(10-12차시) : 미래 진로 소개 카드뉴스 제작


세번째 시간의 결과를 바탕으로 네번째 시간에는 개인별로 자신의 진로를 소개하는 카드뉴스를 제작했다.

대표적인 정보원으로 워크넷, 커리어넷과 함께 서울잡스에서 제공하던 직업인 인터뷰, 진로 관련 유튜브 채널을 소개하고, 자신이 관심있던 직업, 관심이 생긴 직업에 대한 카드뉴스 만들기를 과제로 제시했다.

스스로 모두 결정할 수 있고, 평소 관심사였던 만큼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주제라는 점에서 이전 시간과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에 더해 지난 시간의 경험은 더 효과적인 표현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 듯하다. 프로파일러, 웹툰 작가, 테크니컬 디렉터 등 관심 있던 주제를 적절한 이미지, 시선을 끄는 글꼴, 스타일의 일관성을 갖춰 표현해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다섯번째 시간(13-15차시) : 동아리 활동 평가 및 반성


마지막 시간은 카드뉴스 외에 음성, 영상 매체를 직접 만드는 방법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매체를 만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을 기록하고 결과물로 만들어내는지, 마침 지역에서 진행됐던 전시(그림도시)를 소개하고 방문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미디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작가들의 스케치북은 학생들에게 데이터와 정보를 모아 메시지로 만들어내기까지의 고민을, 그리고 그 과정의 대체 불가능함을 학생들에게 전달해주었을 것이다.

또, 1년 동안 진행된 매체읽기 동아리가 학생들에게 메타 리터러시를 길러주었기를 희망한다.

미래 기술과 인공지능이 지금과 다른 미래를 가져오더라도 현재와 미래를 잇는 메타 리터러시, 사람과 사람을 잇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길을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동아리의 마지막 10분은 설문조사를 통해 동아리 활동을 평가하는 시간을 진행했다.

"매체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필터버블에 대해 알게 되면서 조금 더 넓은 시각을 가자고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여 노력하게 되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할 수 있어서 더 흥미를 가지고 활동하는 것 같다." "카드 뉴스를 어떻게 만드는 지와 어떻게 하면 자료 조사를 더 잘 할 수 있는지가 성장한 것 같다"

긍정적인 평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온라인의 한계, 모둠 활동의 아쉬움, 몇몇 친구들의 적극적이지 않은 태도에 대한 아쉬움이 나타났다.

하지만 여기까지 기사를 읽어주신 분들이라면 아쉬움 또한 메타 리터러시를 발휘할 기회라는 걸, 더 나은 수업을 위한 기회임을 알고 있으실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도서관 - 우연한 만남의 장소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 수 있다.

"거의 모든 활동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는데, 왜 도서관이, 사서교사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하나?"

그 답은 도서관이 가진 다양한 미디어에 있다. 도서관이, 사서교사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최적인 공간이자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사서교사는 다양성의 원칙에 기반해 자료를 구성하고, 이 자료들은 학생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선택지가 되어준다.

작년 진행되었던 수업은 전자 자료만을 대상으로 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세상엔 다양한 매체가 있는데, 그 중 일부분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전자 자료와 도서자료의 차이는 단순히 내용과 최신성의 차이로 끝나지 않는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있어서 항상 필터버블을 학생들에게 먼저 가르치고 있다. 자신의 시각에 갇히지 말자는 의미다.

도서관의 도서자료는 같은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보여줌으로써, 그리고 해당 주제 외에도 세상에 다양한 지식들이 존재함을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준다.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우연한 만남은 삶을 완전히 흔들어놓기도 한다.

고민이 있다면 도서관에 가자. 변화가 필요하다면 도서관에 가자. 나를 알고 세상을 알기 위해 도서관에 가자. 도서관 속 각종 매체들을 활용할 메타 리터러시를 통해 나의 삶과 세상을 변화시키자.

참고자료

- 유사라, 메타리터러시 관점에서의 문헌정보학 전공 커리큘럼 진단연구. 한국문헌정보학회지, 52(2): 191-220, 2018. [http://dx.doi.org/10.4275/KSLIS.2018.52.2.191]

- 그림도시, https://grimdos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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