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 미디어 교육의 마중물

[교육플러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존 미디어리터러시를 뛰어넘는 종합적 능력인 ‘메타리터러시(Metaliteracy)’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학교 미디어 종합 센터인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플러스>는 <전국사서교사모임>과 함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역량’을 높이기 위한 학교 미래 교육의 발걸음에 이미 동행하고 있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소개한다.

구은아 인천 용학초등학교 사서교사
구은아 인천 용학초등학교 사서교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왜 필요할까?


4차 산업혁명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정보에의 쉬운 접근은 편리성을 크게 향상시켜주었지만, 그와 동시에 인터넷/스마트폰 중독, 가짜정보에의 무방비한 노출, 확증편향, 저작권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사실상 하루 종일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이른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기’가 문제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 중에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판단하고, 정보를 수입하고, 분석하고, 편집하고 활용하는 능력들이 중요한 역량이 되었는데 이러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


초등, 결코 이르지 않다


몇 년 전, 갓 두 돌을 지난 아기가 스마트폰의 스와이프 기능(화면을 옆으로 밀어서 넘기는 기능)을 사용하는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는데 그 아이들이 바로 지금의 초등학생들이다.

4차 산업 ‘혁명’이라고까지 부르고 있는 우리가 보기에는 신기한 일들도, 지금 세대 아이들에겐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교육은 어떨까? ‘혁명’이라 말할 만큼 우리의 교육은 바뀌었을까? 다른 기초교육과 마찬가지로, 정보에 대해서도 교육이 필요하다. 막을 수 없다면 올바로 사용하고 판단하는 법을 가르쳐야 하지 않는가.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교육과정 속 미디어 교육의 실현 방법


그러나 과거에 비해 교육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미디어 리터러시 관점에서 학교교육과정의 괴리 문제는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는 일반적으로 3학년부터 컴퓨터실을 사용하며 컴퓨터 사용법을 배운다. 하지만 교육과정 측면에서는 어떨까? 매체 교육은 초등학교 5학년에 가서야 등장한다. 그나마도 별도 과목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어 교과서의 한 단원으로써 잠깐 스쳐지나간다.

그렇다면 3학년에서 5학년이 되기까지 2년간, 정보의 올바른 이용법에 대해서는 전혀 가르치지 않는 셈인 것이다.

그렇다고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르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 교육과정 속에는 이미 미디어 교육에 활용할만한 정보윤리, 정보의 요약/정리와 표현, 매체 등 필요한 단원들이 이미 조금씩 존재한다.

다만 과목이 분리되어있어 이러한 내용들을 통합적으로 배우기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인데, 그런 점에서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사서교사의 수업은 교육과정을 살린 미디어 수업에 최적화 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나는, 독서교육과 미디어교육을 연계했다


필자는 3학년 수업을 17차시 들어가고 있는데, 필자의 생각에 그 중 약 1/3 정도가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 있는 수업이다.

첫 시간은 책의 구조와 명칭을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이는 단순히 책등이나 표지의 명칭을 정확히 알게 해주려는 것보다 책에는 작가의 이름과 출판 사항을 적어두는 서지사항이라는 일종의 공통된 규칙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기 위함이다.

이는 이어지는 2차시 지적 재산권과 저작권 수업을 위해서인데 독서 수업의 일부이기 때문에 ‘말과 글에도 주인이 있어요’, ‘그림 도둑 준모’와 같은 책을 활용하여 책 속에서 발췌한 사례를 보여주며 저작권의 개념에 대해 질문하며 시작한다.

저작권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물으면 기특하게도 아이들은 VOD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나오던 저작권 주의 경고문 같은 것을 금세 떠올리곤 한다.

책은 물론 모든 지적 재산물에는 저작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양한 미디어(책, 영화, 음악, 게임 등)의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저작권 침해 방지를 위해 지켜야 할 점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의 기초를 다지는 중요한 시간이다.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정보를 올바르게 이용하는 방법 뿐 아니라 올바른 정보원을 소개해 주는 것 또한 꼭 필요한 과정이다.

8차시의 주제독서교육 시간에는 ‘예술 책, 재미있게 읽는 법’이런 주제로 반 고흐의 생애를 들여다보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하였는데, 고흐의 작품을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보았을 때와, 책을 통해 고흐의 생에 대해 알게 된 후 다시 보면 작품에 대한 감상은 상당히 달라진다.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이때 구글 아트앤 컬쳐(https://artsandculture.google.com)사이트를 자주 이용하는데 이 사이트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초고화질로 작품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정보원이다.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독서 수업이라 해서 책만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얻은 지식을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원을 안내하여 정보원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점이며, 도서매체와 온라인매체의 장점을 각각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12차시부터 15차시까지는 본격적으로 미디어에 대해 배운다. 12차시는 ‘책의 조상은 누구일까’라는 주제로 문자의 발생 이후 정보는 어떤식으로 저장되고 유통되어왔는가를 배우는 시간이다.

진흙 판에서부터 양피지, 종이책을 거쳐 이제는 전자문서화 되고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는 과정까지를 쭉 보여주는데, 각 매체별 특성과 정보의 신뢰성에 대해서 알아본다.

또한 예술성을 지닌 다양한 형태의 책도 소개하고 전자책 이용법 등도 배워보는 시간이다.

13차시는 영상매체를 집중적으로 다뤄보는 시간이다. 전 시간에 알아본 다양한 형태의 책 중 ‘포티큘러북’과 같은 움직이는 책을 참고하여 동영상의 제작 원리를 알아본다.

플립북 만들기와 같은 활동을 통해 잔상효과의 원리를 이용해 사진이 동영상으로 편집되는 원리를 설명하는데 스마트폰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동영상이란 사진을 빠르게 연속적으로 찍어서 움직이듯 보이게 하면서 소리를 더한 것’이라는 개념을 바로 알아차리곤 한다.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14차시는 미디어와 가짜뉴스를 주제로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탐구해보는 시간이다.

유튜브의 첫 화면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고 아이들은 꽤나 충격을 받는다.

‘취향껏’ 영상을 추천해 주는 유튜브의 시스템으로 인해 확증편향에 빠지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유튜브 영상들에서조차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출처를 밝히고 있다는 점, 저작권을 침해한 동영상은 삭제된다는 점 등을 확인한다.

또한 이 시간에는 가짜뉴스에 대해 중점적으로 알아보는데, 유튜버 하얀트리의 ‘간장게장집 허위폭로 사건’을 예시로 다루었다.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미디어가 방송사가의 전유물이 아닌 개인방송의 시대로 바뀜에 따라 개개인의 정보윤리 책임도 커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튜버들이 조회수를 위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 단원은 단순히 유튜브의 문제점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라는 편집과 검수 과정을 거쳐 체계화 된 이야기와 지식들은 그렇지 않은 정보에 비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그것이 나의 생각과 문장으로 의견을 정리하고 표현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지도 짚고 넘어가는 중요한 단원이다.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마지막 차시에는 주로 영화 원작인 도서들을 소개하는 북토크 시간인데 영상매체와 도서매체로 만들어진 각각의 작품들을 비교해보는 시간이다.

1인칭으로 서술이 가능한 책과 3인칭으로만 보여주는 영화는 독자와 시청자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 점에서 책만이 가진 강점들을 알아보고 방학 중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들을 소개하는 마무리 시간이다.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이미지=구은아 사서교사)

학교도서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가장 적합한 공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정보윤리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성숙한 디지털 시민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줌과 동시에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판단, 수집, 분석, 편집, 활용하는 능력을 체득화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정보를 조직하는 연습이 되어 있어야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어려움 없이 수행할 수 있는데, 이러한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학교도서관이다. 책은 쉽게 구할 수 있고, 전자기기에 비해 저렴하고, 익숙하며, 별도의 보조기기가 필요하지 않아 초등학생에게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의 정보원이다.

더욱이 학교도서관이라는 어느 정도 제한된 공간에서, 사서교사라는 전문가가 교육과정에 필요한 책들을 선별하여 제공해주고 있지 않은가.

책 속 정보를 분석하고 편집하고 활용하는 작업에 익숙한 아이들은 디지털 매체에 대해서도 어려움 없이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알고리즘의 추천에 의해서만 정보를 받아들이는 디지털 매체에만 익숙한 아이들은 반대의 작업을 수행하는 데에 매우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걸음마가 안 되는 아이에게 뛰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지 않은가. 이것이 학교에서 체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며 다양한 교과와 연결할 수 있는 과목이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의 적임자가 바로 정보전문가인 사서교사이다.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본인의 삶에 어떤 식으로 적용하는지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오늘날이다. 공교육 차원의 미디어 격차 해소가 더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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