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서관과 도덕 교과가 함께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교육플러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 필요한 것은 기존 미디어리터러시를 뛰어넘는 종합적 능력인 ‘메타리터러시(Metaliteracy)’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학교 미디어 종합 센터인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플러스>는 <전국사서교사모임>과 함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역량’을 높이기 위한 학교 미래 교육의 발걸음에 이미 동행하고 있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소개한다.

심하나 청주 양청중 사서교사
심하나 청주 양청중 사서교사

왜, 학교도서관인가


학교도서관에서 이뤄지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한 이유, 강조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디어는 미디어 별로 고유의 텍스트와 맥락이 존재한다. 미디어 언어는 여러 가지 기호와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있고 즉, 미디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텍스틀 ‘읽어’내려가는 기술이 필요하다,

학교도서관에서는 이미 인쇄매체의 독해, 비평을 통한 글쓰기 교육, 토론을 통한 의사소통 능력 함양 교육을 실시해왔다.

여기서 좀 더 확장해 다양한 미디어 독해,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미학적 성찰을 통한 글쓰기 능력, 미디어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고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소통능력 등의 교육이 이뤄질 교육현장이 바로 학교도서관이다.

둘째,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별도의 교과목을 현재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교과 통합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도서관의 역할과 책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

셋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교사의 일방적인 지식전달이 아닌 학생의 성찰에서부터 출발해 스스로 학습하는 과정으로, 교사는 조력자로 학생들이 즐겁게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담당한다. 학교도서관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수업은 이와 비슷한 구성주의 형태를 띤다.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도덕 수업과 함께 한다면?”


성과 사랑 단원을 가르쳐야 하는 이 모 도덕 교사는 고민이 많았다. 아이들이 좀 더 진지한 자세로 그 단원을 학습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과에 적용해보자고 의견을 제시하자 흔쾌히 뜻을 같이했다. 관련 교과 단원은 도덕① Ⅱ. 타인과의 관계, 3. 성윤리 단원 ‘내가 생각하는 성과 사랑의 의미는 무엇일까’이다.


어떤 미디어를 선택할까..."뮤직비디오는 어떨까?"


먼저 수업 교재가 될 미디어로는 뮤직비디오를 선택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청소년에게 가장 친숙한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고 거부감이 없는 미디어이므로 책이나 다른 미디어에 비해 진입장벽이 매우 낮다. 둘째, 뮤직비디오에는 다양한 서사가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뮤직비디오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수많은 아이들이 유튜브에 접속해 뮤직비디오를 보고 또 본다. 가수들이 입고 있는 패션이 화제가 되고 해당 뮤직비디오를 찍은 장소가 내일 아침이면 유명 관광지가 되어 있다.

이렇듯 음악 산업이 변화하고 있다. 그 산업의 가장 큰 소비자층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들에게 뮤직비디오를 ‘읽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러기에 가장 공통의 관심사이자 주제는 ‘사랑’이다.

뮤직비디오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사진=심하나 사서교사)
뮤직비디오란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사진=심하나 사서교사)

첫 번째 시간: 청소년기의 사랑에 대한 다양한 의미

청소년이 사랑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성숙한 사랑을 한다는 건 타인을 이해하고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것이다. 이것은 곧 인간적 성장과 성숙을 얘기하기 때문이다.

1차시는 도덕교사의 사랑이 다양한 의미를 이해하는 수업이 실시됐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00이다.’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내 모든 것’, ‘나를 지탱하는 힘’, ‘돈보다 소중한 것’, ‘공부보다 어려운 것’ 등등 제각각 다양한 답을 내놨다.

뒤이어 청소년기의 사랑을 바르게 이해해야 하는 까닭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 시간: 미디어의 올바른 이해

두 번째 시간에는 미디어 자체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뮤직비디오의 역사와 특성에 대한 교육을 중점으로 진행했다.

1980년대부터 2020년 현재까지 마이클 잭슨, 서태지와 아이들, 방탄소년단 등 가수들의 대표 뮤직비디오를 함께 감상하면서 뮤직비디오가 지나온 세월, 흔적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시에 뮤직비디오는 단순히 가수들의 노래 홍보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게 했다.

뮤직비디오를 수업의 교재로 활용해서 인지 수업시간동안 졸거나 딴 짓을 하는 아이들은 없었다. 특정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나올 때는 두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세 번째 시간: 뮤직비디오를 왜 읽어야 할까

세 번째 시간에는 우리가 뮤직비디오를 왜 읽어야 하는지 대한 이해에 집중했다.

도서관을 스스로 찾아오는 아이들은 그나마 덜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아이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샘! 대체 책을 왜 읽는 건가요?”이다.

십 수 년을 사서교사로 일하면서 그렇게 물어오는 아이들에게 앵무새같이 대답하곤 한다. “네가 겪어보지 못한 인생이 궁금하지 않아?”라고 말이다.

뮤직비디오 리터러시도 그렇게 접근했다. ‘네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랑 이야기를 한번 찾아보자!’, 또는 ‘네가 만약 그 뮤직비디오 속 주인공이라면 너는 어떻게 할래?’라고 말이다.

뮤직비디오를 읽는다는 건 뮤직비디오 속 공간과 음악, 노랫말의 상징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를 뮤직비디오 속 특정한 장면과 구도에서 찾아 해석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뮤직비디오에서 찾은 사랑의 정의를 발표하는 학생.(사진=심하나 사서교사)
뮤직비디오에서 찾은 사랑의 정의를 발표하는 학생.(사진=심하나 사서교사)

네 번째 시간: 내가 읽은 뮤직비디오 속 ‘사랑’ 발표

아이들과 함께 한 뮤직비디오 읽기 시간은 사랑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이해하고 있었고 제법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랑을 정의하기도 했다. 다음은 아이들이 발표한 내용의 일부이다.

아이들의 발표 내용 정리.(이미지=심하나 사서교사)
아이들의 발표 내용 정리.(이미지=심하나 사서교사)

우선 영상에 친숙한 세대인만큼 아이들은 이 수업 자체를 즐겼다. 과제 역시 거부감 없이 잘 수행했다. 하루 종일 과제한다는 핑계로 뮤직비디오를 당당하게 볼 수 있어 좋았다는 아이들도 많았다.

나 역시 이 수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성숙하다는 걸 깨달았다. 마냥 어리다고 생각했지만 나름대로 사랑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수업을 마무리하며..."영상의 폭력성과 선정성은 미리 체크하자"


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다. 가사와 맞지 않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즐비했다.

영상이 곧 언어로 표현되는 뮤직비디오는 보는 즉시 바로 머릿속에 각인이 된다. 뮤직비디오에서 창출된 이미지가 얼마나 위험한가. 아이들이 무분별적으로 수용할까 우려된다.

해당 뮤직비디오의 영상이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고정관념이나 차별 등 왜곡된 표현을 담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음 수업에서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주제로 한 뮤직비디오를 감상하게 한 후 뮤직비디오 속 성고정관념, 성차별, 성적대상화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우리 아이들이 문화를 향유함에 있어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은 문화소비자로서 당연한 권리다.

저작권자 © 교육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