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초등교사노조 9일 노조에 지난 7월 접수된 고인의 피해 사례 공개

2019년 1학년 담임 중 4명의 아이와 학부모로 인해 힘들어해...아동학대 고소도 당해

학년이 바뀌어도 2022년까지 민원은 계속..."근무 층 옮겨 달라, 감정 담아 평가한다"

해당 학부모들과 같은 생활권에 두려움 호소..."마트도 집 앞 아닌 원거리로 피해 다녀"

# 학기초부터 지도에 어려움이 있었던 학생으로 학부모 역시 지도에 협조하지 않고 억울해하고 교장실에 민원을 넣어 지도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1학기 내내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힘들게 하여 학생에 대한 지도를 할 수 없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은 수업을 방해하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을 때리기도 하여 무기력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결국 그 학생과 약 1년의 시간을 보낸 후 저는 교사로서의 무기력함, 교사에 대한 자긍심 등을 잃고 우울증 약을 먹으며 보내게 되었습니다.

3년이란 시간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그 공포가 떠올라 그 날은 정말 계속 울기만 했습니다.

저는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떠한 노력도 제게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입니다.

- 대전 A초 사망 교사가 전국초등교사노조 설문에 남긴 글 일부.

지난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의 한 초등교사가 지난해 작성한 교권 상담 일지.(자료=전국초등교사노조)
지난 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의 한 초등교사가 지난해 작성한 교권 상담 일지.(자료=전국초등교사노조)

[교육플러스=지성배 기자] 지난 7일 대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등교사는 2019년부터 학생 지도에 따른 학부모들의 민원에 시달려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4명의 학생과 연관된 가족들은 학년이 바뀌었음에도 계속해서 민원으로 괴롭혔으며, 이로 인해 학부모들과 같은 생활권에 거주하던 고인은 집 앞 마트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초등교사노조(초교조)는 지난 7월 ‘교권침해 사례 모집’에 접수된 고인의 사례를 9일 공개했다.

공개된 사례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2019년 1학년 담임을 했으며 이때 유독 4명의 학생이 교사의 지시에 불응하고 같은 반 학생을 괴롭힌 정황이 나왔다.

특히 A학생 학부모는 고인을 아동학대로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학생이 교실에서 지우개를 씹던 것을 목격하고 껌을 씹었다며 다른 아동 앞에서 공개적으로 혼을 냈다. 또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중 다른 친구의 배를 때려 고인이 혼을 냈다는 등 7회에 걸친 정서적 학대 행위를 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검찰은 혐의없음으로 무혐의 판결을 했으며, 초등교사노조는 “고사한 내용 대부분은 교사가 정상적인 교육활동 중에 할 수 있는 생활지도의 범주에 들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부모는 교사에게 사과 한 마디 없었으며 학년이 바뀐 이후에서 계속해서 괴롭힌 정황도 나타났다.

6학년 체육 전담 교사를 맡았던 2021년도에는 2019년에 문제를 제기했던 학생 중 한 명의 누나를 가르치게 됐다. 고인은 이 학생에게 체육 수행평가 결과로 노력요함을 평가했다. 그러자 학부모는 고인이 개인적 감정으로 노력요함을 주었다며 교육청과 교육지원청, 학교에 민원을 넣었다.

그러나 수행평가는 필기 시험으로 진행됐으며, 해당학생은 거의 백지상태로 제출한 것이 확인돼 평가 결과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음이 드러났다.

19년도에 1학년이었던 학생들이 4학년이 된 2022학년도에도 교과전담을 맡은 고인의 사무실이 4학년과 같은 층에서 보내게 되자 학부모는 다른 층으로 배치하라고 민원을 넣는 등 학부모의 갑질은 3년여 동안 계속되어 왔다.

결국 고인은 19년도에 문제가 되었던 4명의 학생과 그의 형제자매들이 같은 학교에 분포하게 되면서 담임을 맡고 싶어도 맡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등 본인의 교육관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악몽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가족에 따르면 해당 학부모들과 같은 생활권이었던 고인은 학부모들을 마주치는 상황때마다 숨을 쉬기 힘들어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이 계속됐으며 결국 이 같은 상황이 두려워 마트조차 집 앞이 아닌 원거리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결국 2019년 이후 고인은 정신과 치료를 계속해서 받아 왔으나 올 7월 발생한 서울 서이초 신규교사의 극단선택 소식을 접하고 당시 공포가 떠올라 눈물을 흘리는 시간이 계속됐으며, 영면 이후 화상 환자들에게 피부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학생과 학교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마지막까지 세상에 빛이 되어준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야 한다”며 “대전시교육청이 앞장서서 진상을 규명하고 순직처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 이상의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하루 빨리 교권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아래는 고인이 전국초등교사노조 교권 침해 관련 설문에 남긴 글.

학기초부터 지도에 어려움이 있었던 학생으로 학부모 역시 지도에 협조하지 않고 억울해하고 교장실에 민원을 넣어 지도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1학기 내내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힘들게 하여 학생에 대한 지도를 할 수 없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은 수업을 방해하고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친구들을 때리기도 하여 무기력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결국 그 학생과 약 1년의 시간을 보낸 후 저는 교사로서의 무기력함, 교사에 대한 자긍심 등을 잃고 우울증 약을 먹으며 보내게 되었습니다.

3년이란 시간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다시금 서이초선생님의 사건을 보고 그 공포가 떠올라 그 날은 정말 계속 울기만 했습니다.

저는 다시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떠한 노력도 제게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공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에서 저는 아동학대 조사 기관의 어이없는 결정을 경험했습니다. 그들은 교육현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다시 아동학대로 결정을 내린 판단 기준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디에서도 그들의 자료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사람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물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였습니다. 결국 저 혼자 저의 가족들 도움을 받으며 해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남편은 왜 회사일을 하는데 회사의 보호를 받지 못하냐는 물음을 던졌습니다. 그때 저는 그 물음에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회사의 보호가 아니라 회사의 비난을 제일 먼저 받는다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합리한 일들이 저에게 메일을 보내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돌아보며 매우 화가나기도 하고 슬프기도하였습니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어 교사들에게 희망적인 교단을 다시 안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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