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피부로 책을 제본한 것으로 밝혀진 Des Destinées de l'Ame의 사본(사진=하버드대학교)
인간의 피부로 책을 제본한 것으로 밝혀진 Des Destinées de l'Ame의 사본(사진=하버드대학교)

[교육플러스=한치원 기자] 미국 하버드대학교는 27일(현지시간) 호튼 도서관에 사람의 피부로 만든 책을 약 90년간 소장하고 전시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책 표지에서 인피(人皮)를 걷어냈다고 발표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사람의 피부로 겉을 감싼 이 책은 프랑스인 아젠느 우세(Arsène Houssaye)가 1879년에 쓴 ‘영혼의 운명에 대하여(Des Destinées de L’Ame)’이란 제목의 책으로 그간 책을 인피(人皮)로 만든 탓에 하버드대가 소장한 2000만 권의 책 중에서도 가장 논란거리가 됐다.

1934년 하버드대에 기증됐을 당시부터 이 책에는 여성의 등에서 떼어낸 피부로 표지를 만들었다는 내용의 메모지가 끼워져 있었다. 손으로 쓴 메모에는 “인간의 영혼에 관한 책은 인간의 피부로 감싸야 마땅하다”고 쓰여 있었다.

연구진들은 지난 2014년 단백질을 식별하는 펩타이드 질량 지문 추적법(PMF)을 활용해 이 책 표지가 양이나 소가 아닌 인간의 피부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99.9% 확인했다.

하버드대는 이날 “면밀한 검토와 이해 당사자들의 숙고 끝에, 이 책의 제본에 쓰인 인간 유해는 책의 출처와 이력을 둘러싼 여러 윤리적인 문제로 인해 더 이상 하버드대의 소장품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 인간 유해를 정중하게 처리할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버드대에 따르면 이 책은 애초 프랑스인 작가 아젠느 우세가 친구인 의사 루도빅 불랑(Ludovic Bouland)에게 사후의 영혼과 삶에 대한 명상이라며 건네준 것으로 루도빅 불랑은 자신이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서 사망한 여성 환자의 피부를 이용해 동의 없이 책을 엮었다.

그는 이 책에 “인간의 영혼에 대한 책은 인간의 피부로 감싸야 마땅하다”며 “책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다른 장식을 넣지 않았고, 자세히 보면 모공(毛孔)을 볼 수 있다”는 육필(肉筆) 메모지를 끼어 넣었다. 이 책은 1934년 미국인 외교관 존 B 스텟슨을 통해 하버드에 기증됐다.

하버드대는 이날 지난 2014년 책 표지가 인피(人皮)임을 발표하면서 선정적이고 유머러스한 어조를 사용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당시 하버드대는 책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를 알리면서 “이는 인피 제본 팬(fans)들이나 서적광들, 식인주의자들에게 굿 뉴스”라고 발표했다.

한편 2022년 하버드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버드 소장품에서는 해골, 머리카락, 뼛조각, 치아 등 2만여 점의 인간 유골이 확인됐다. 이 중에는 6500명의 북미 원주민 유해, 노예로 추정되는 아프리카 흑인 유해 19점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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