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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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플러스] 영어를 배워도 외국인을 만나면 당황스럽다. 외국어 학습의 목표가 <의사소통능력의 提高>임에도 그 목표가 무색해지는 오늘날의 영어 교육이 그러하다. 그 문제를 짚어보고 해결방안에 접근해 보고자 한다.

현재 대한민국 영어 교육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영어 사교육비의 증가 추세.(자료=교육부)
영어 사교육비의 증가 추세.(자료=교육부)

영어교과 시수는 많은데..."사교육비는 해마다 증가한다"


현행교육과정을 검토해보면 영어교과의 시수가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아직도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은 제한적이며, 영어 학습을 위해 해마다 쏟아붓는 사교육비의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참고 교육부 공식 블로그 https://if-blog.tistory.com/10072 )

공교육이 영어교육의 최전선에서 그 역할을 충실해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지금으로서는 2%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교육과정의 학교급별 시수 검토해보니...


2015 개정교육 과정을 검토해보면 초중고 교과에서 차지하는 영어 수업 시수가 결코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교육과정에 포함된 학교급별 영어 교과 시수를 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1) 초등학교

초등학교 정규 수업시간 중 영어교과 비중.
초등학교 정규 수업시간 중 영어교과 비중.

2) 중학교

중학교 정규 수업시간 중 영어교과 비중.
중학교 정규 수업시간 중 영어교과 비중.

3) 고등학교(인문계열 기준)

고등학교 정규 수업시간 중 영어교과 비중.
고등학교 정규 수업시간 중 영어교과 비중.

고등학교의 경우 영어 수업이 국어 교과와 같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수업시간의 양적 비율이 실제 영어 습득 능력이나 의사소통 능력을 담보하고 있지 못하며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 못함을 알 수 있다.

비중이 같음에도 국어 교과에 쏟아붓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영어의 사교육에 투자하는 비율이 막대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결과이다.

그럼 지금과 같은 상태로 두어도 과연 상관없을까?


'의사소통 역량' 교육과정의 총론에 적시된 인재상


2015 개정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 인재상 그리고 핵심역량을 살펴보자.

교육과정에 적시된 인간상, 인재상과 핵심역량.
교육과정에 적시된 인간상, 인재상과 핵심역량.

2015 개정교육과정의 초등용 총론에 적시된 인간상, 인재상과 핵심역량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미래 사회에 가장 절실하고도 필요한 핵심역량으로 <의사소통 역량>을 꼽고 있다.

지금까지 영어 교과 수업이 교육과정에서 빠진 적이 없었으며 그 비중이 결코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 학생들의 영어 듣고 말하고 이해하는 소통 능력에서 input 대비 output은 처참한 지경이었고, 영어사교육 시장만을 키워온 것이 현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4차산업 시대의 사회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기 이해서는 외국어로 표현된 정보를 습득해야 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지고 어디에도 편중되지 않는 정보의 습득이 매우 중요해지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외국어, 그 중에서도 특히 ‘영어 교육이 사회의 계층을 결정한다’라는 속설마저 횡행하고 있는 오늘의 사회라면 차라리 공교육이 영어를 한국어(국어)와 동일하게 담당하여 학생들에게 영어를 사용함에 불편이 없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싶다.


학교 현장의 영어교육, 왜 실효성이 없을까?


1) 교육과정에서 분리됨

시수는 많아도 국어와 동등하게 학습되지 못하고 언제나 ‘외국어’이기 때문에 가지는 한계가 있다. 학교에 관리자가 바뀌거나 업무 담당자가 바뀌면 교내에 ‘english zone’의 활용 여부가 달라지듯 편차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육과정에 ‘영어 공용화’가 포함되어 영어를 국어와 똑같이 학습하게 교육과정이 바뀐다면 학습의 비중이 같아진다.

영어를 열심히 공부한다고 우리의 나랏말 국어를 덜 하고 잃어버릴 것이라는 건 너무도 이분법적 사고다.

홍콩이 영어를 공식어로 썼다고 광동어를 잃었다는 홍콩주민을 본 적 없고, 화교가 80%인 싱가폴 국민들이 중국어를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없다.

‘우리가 영어를 공용어로 쓴다고 한국어를 잃을 것이다’라는 해보지도 않은 이야기에 미리 겁낼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국어와 같은 비중으로 공교육이 교육과정에 공용어로 편성, 학습을 시킨다면 관리자나 담당자에 따라 들쭉날쭉 하는 영어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2) 영어에 대한 실효성(강점) 이해 부족

영어를 공용어로 지정하는 경우 발생할 긍정적 효과에 대해 살펴보자.

① 우리의 미래교육과정이 역점을 두고자 하는 소통 능력 강화에 도구가 될 수 있는 영어 학습 능력은 충분히 도구로써의 역할을 감당할 것이다.

영문으로 된 수많은 정보를 바로바로 소화할 수 있다. 번역을 거치지 않아도 직독직해를 할 경우, 왜곡된 정보의 굴절 없이 바로 정보 습득이 가능하다. 원문에 접근할 수 있으며 방대한 정보를 일일이 번역해서 거르는 과정이 단축될 것이다.

② 사교육비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국어학원을 다니는 학생들보다 영어교육을 위해 돈과 시간을 쏟는 학생들이 더 많다. 그러나 영어를 학교에서 국어처럼 가르친다면 가정 내에서 영어에 쉽게 노출되는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과의 편차를 최소화하며 영어 교과의 성취가 증대될 것이다.

③ ‘영어로 인한 계층화’라는 불문율을 깨고 사회적 이동의 가능성이 확대될 것이다.

지금은 재학 시절이나 취업 준비 등에서 영어의 소통능력이 진출할 수 있는 취업 영역을 결정하는데 꽤나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공교육은 현재로서는 가장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런 효과적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고 영어를 잘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격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는 것은 영어 잘하는 사람의 기득권(?)은 계속 누리고 있겠다는 계급의식으로밖에 볼 수 없다.

영어 활용 눙력이야 말로 지금 이 시대의 심각한 ‘유리천장’이다.

3) 영어를 필요로 하는 시대의 이해 부족

①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다.

엄마는 외국인이고 어린 자녀의 한국어 습득 능력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영어를 사용할 수 있게 길러진다면 약점이 강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한국어 학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여러모로 교과 습득에 장애를 감수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를 배워도 영어로 표기된 역사를 배우다면 소통능력이 증대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다문화사회로의 이동이 불가피하다면 사회변화를 반영할 시스템의 도입 역시 필수다.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야 한다면서 외국어에 발목이 잡힌다면 말뿐인 절름발이 교육에 우리 아이들은 끊임없는 부담과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이다.

②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먹고산다. 그리고 오랜 세월동안 인적 자원이 매우 훌륭한 자원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근면 성실함만으로 인적자원의 경쟁력이 확보되지는 않는다. 무역하기 좋은 나라, 기업 활동하기 좋은 나라가 되어야 양질의 일자리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언어 장벽 없는 무역국가의 인프라 구축에 가장 필수항목이 무엇일지 생각해 볼 일이다.

③ 세계시민사회로의 도약에 필요한 소통 능력. 언어없이 소통은 한계가 있다.

물론 우리말을 잘 하는 사람이 외국어도 잘 할 수 있다. 영어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영어가 국어와 마찬가지로 ‘공용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 때문에 쏟아붓는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사교육과 가정에만 맡기는 것이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미이다.


이제는 '영어공용화'가 답이다


우리의 언어에는 한자어에서 비롯된 단어들이 많다. 한자를 가르치지 않은 지 꽤 되어가는 교육 현장에선 아이들이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해프닝이 너무나 많다.

개인적으로는 한자와 국어 그리고 영어교육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자는 그래도 한글로 대체되어도 될 부분들이 늘어가고 있어 대체도 가능하다.

그러나 영어는 모르면 소통이 불가한 언어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토록 목을 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개방화를 지향하고 소통능력을 길러 미래사회를 대비하기 위한 교육역량이 필수라고 여기면서도 아직도 교육과정에서 공용화되는 ‘과감한 투자’를 꺼린다면 우리는 영어로 인한 비용부담과 격차를 평생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정에서 영어로 대화하고 어릴 때부터 해외를 들락거리는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와 알파벳도 모르는 부모와 가정에서 성장한 아이의 차이를 좁혀줄 사다리는 공교육뿐임을 그리도 잘 아는 사람들이 왜 그 견고한 동아줄은 내려줄 생각이 없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처음에야 교육과정이 바뀌는 진통과 얼마간의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겠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던가. 수고 없이 열매는 없다고 믿기에 과감히 제안한다. ‘영어공용화’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No pain, No gain’이다.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조윤희 부산 금성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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