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 교육감 후보단일화 9개월의 기록
3차에 걸친 단일화 시도, 그때마다 복병은?
시민단체의 참전...후보들 돕기? 괴롭히기?
본격화된 내부총질...15% 넘기 위한 몸부림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인이 당선 확정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사진=조희연 캠프)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인이 당선 확정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사진=조희연 캠프)

[교육플러스=지성배 기자]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3선에 성공했다. 많은 분석이 있지만 조 교육감이 무난히 3선에 성공한 가장 큰 요인은 보수 후보 분열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2014년 39.08%의 득표율로 교육감에 첫 당선됐다. 당시 선거에서 보수로 분류된 문용린(30.65%), 고승덕(24.25%) 후보의 득표율을 단순 합하면 54.90%로 15% 가량 조희연 후보보다 보수 표가 많았다.

2018년 선거에서 조희연 교육감은 득표율 46.58%로 2014년에 비해 더 많이 득표해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다시 중도였던 조영달(17.26%), 보수였던 박선영(36.15%)의 득표를 합하면 53.41%로 7% 가량 중도보수 표가 더 많다.

이번 선거 역시 조 교육감의 득표율은 38.10%로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던 조전혁(23.49%), 박선영(23.10%), 조영달(6.63%)을 꺾었다. 그러나 단일화를 추진했던 이들 3명의 득표율을 합하면 53.22%로 역시 과반이 넘는다.

세 차례 서울교육감 선거 결과를 보면 중도보수 표는 53~54%의 범주 내에 있다. '중도'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중도보수를 자처하는 후보들이 단일화에 성공했다면 조희연 교육감의 3선 도전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조전혁 예비후보가 지난 3월 30일 교추협이 진행한 서울교육감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에서 단일후보로 선출됐다.(사진=지성배 기자)
조전혁 예비후보가 지난 3월 30일 교추협이 진행한 서울교육감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에서 단일후보로 선출됐다.(사진=지성배 기자)

1차 단일화 추진...조영달 이탈, 박선영 예비후보 사퇴, 조전혁 선출


이 같은 상황 탓인지 이번 선거에서도 보수 진영은 단일화를 추진했다. 공식적으로는 지난해 9월부터 단일화를 위한 기구들이 출범했으며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3개의 단체가 힘을 합쳐 '수도권교육감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교추협)'을 출범시켰다. 이때 교육감 선거에 나서겠다고 참여한 인사들은 박선영, 이대영, 조영달, 조전혁, 최명복 등 5명이다.

그러나 단일화 추진 과정은 시작부터 매끄럽지는 않았다. 2018년 단일화에 실패한 박선영, 조영달은 남은 앙금 때문인지 당시 단일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다. 박선영에게서 먼저 나온 상대에 대한 비난을 조영달이 방어하는 모양새였다.

그래도 이들은 지난 2월 설 연휴에 단일화에 참여하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협약식을 갖고 문서에 서명했다. 이후 진통 끝에 '선거인단 40%+여론조사 60%'를 합산하는 방식의 단일화 방법이 확정되면서 중도보수 진영의 후보 단일화 성공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상황이 반전됐다. 조영달은 교추협에 문제를 제기하며 단일화에서 이탈했고, 그러자 조영달에게 날을 세우던 박선영은 조전혁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조전혁이 출연한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방송에서, ‘서울 지역이 아닌 사람도 조전혁 선거인단으로 등록해 단일후보로 만들어주자’ 등으로 달린 댓글들을 문제 삼았다. 결국 박선영은 단일후보 선출 전날 단일화 대오 이탈이 아닌 ‘예비후보 사퇴’, 즉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박선영은 당초 확정된 선거인단 40%와 여론조사 60% 방식이 아닌 여론조사 100%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보들 간 협의에서는 '선거인단 20%+여론조사 80%'까지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협상 내용이 사실이라면, 헌법학자이자 법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선거인단의 불법성을 묵과할 수 없다는 주장으로 조전혁을 비판한 박선영의 선거인단 20% 포함 주장은 설명이 어려운 대목이다.

결국 교추협이 추진한 보수 단일화는 3월30일 조전혁을 최종 단일후보로 선출했다. 결과는 이대영·최명복은 깨끗한 승복, 조영달은 조기 이탈, 박선영은 예비후보직 사퇴로 정리됐다.

그러나 후유증은 컸다. 교추협 관계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교추협이 마련한 장소에서 박선영 캠프 측 관계자들은 선거인단 투표 상황을 수시로 점검했으며, 선거인단에서 크게 뒤지는 것이 예측되는 시점에 사퇴를 선언했다. 결국 교추협 관계자들은 개인 명의로 박선영을 고소하는 상황까지 나아가게 됐다.

이런 과정 속에 서울교육리디자인본부(서리본)라는 단체가 교육감에 나갈 후보들을 공모해 내부 서류평가와 면접을 통해 단일후보를 내세우겠다며 출범했다. 특정 후보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이 단체는 세 번의 공모기간 연장, 초중등 교원근무 경력에 대한 조건을 수정, 결국 조영달을 단일후보로 추대했다. 후에 이 단체는 조영달의 단일후보 추대를 취소하는 버라이어티함도 선사했다.

이주호 예비후보는 4월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을 AI교육혁명의 중심지이자 세계 최고의 교육도시로 만들고 서울시와 함께 ‘Seous Start’를 추진해 교육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사진=이지은 기자)
이주호 예비후보는 4월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을 AI교육혁명의 중심지이자 세계 최고의 교육도시로 만들고 서울시와 함께 ‘Seous Start’를 추진해 교육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사진=이지은 기자)

새롭게 시작된 2차전, 박선영 살려낸 이주호?


교추협의 단일화 추진, 서리본이라는 새 단일화 단체의 등장 속에 박선영 예비후보가 사퇴를 선언해 보수 진영은 조영달·조전혁 두 후보만 단일화 하면 되는 상황을 맞았다. 어떤 캠프에서는 굳이 단일화 하지 않아도 조희연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서 큰 변수가 다시 등장했다.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서울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것. 자신이 밀알이 되어 중도보수 진영 단일화를 이루겠다며 출마한 그는 4월 말까지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후보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주호 전 장관의 출마 소식에 사퇴를 선언했던 박선영이 자신은 이주호의 단일화 제안을 받겠다며 다른 후보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사퇴한 박선영을 불러낸 것은 이주호’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기에 이주호는 교추협의 자문기구인 국가교육원로회의 일원이었다는 점에서 심판자가 선수로 나왔다는 비판까지 들어야 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모두 예견하고 출마선언을 했겠지만.

5명이 출발한 후보 단일화가 2명으로 압축된 상황에서 후보군은 다시 4명으로 늘어났다. 이주호의 출마를 반기지 않던 조영달·조전혁은 연신 비판을 쏟아내는 등 단일화 과정은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5월을 맞아 이주호는 제발 단일화를 하자며 서울교육청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섰다. 이주호의 단일화 호소에 박선영·조전혁은 단일화에 참여하겠다고 서명했고, 조영달은 참여하지 않았다. 이주호 예비후보는 여기서 멈추고 사퇴했다.

본 후보 등록일이 며칠 안 남은 상황이라 단일화 방법은 후보들 간의 담판과 100% 여론조사 방식밖에 없었다. 담판은 애초 불가능한 카드로 양측 다 100% 여론조사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다. 조전혁 후보는 ‘새로운 여론조사 실시’를 제시한 데 반해 박선영 후보는 ‘기존 여론조사 결과들의 합산’ 방식을 주장했다.

당연히 셈법이 들어간 주장이 나왔다. 그래서 <교육플러스>가 그간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들(4.20~21 리얼미터부터 5.7~8 코리아리서치)을 살펴봤다. 결과는 박선영 총 137.9%, 조전혁 총 118.4%로 나타났다. 이미 결과가 예정되어 있는 제안에 조전혁 후보는 “나보고 사퇴하라는 것”이라고 반발, 결국 이 단일화 방안 또한 결렬됐다.

지난달 19일 (왼쪽부터)박선영·조영달·조전혁 후보가 각각의 방법으로 6.1 교육감 선거 출정식을 진행했다.(사진=박영선 조뎡달 조전혁 선거캠프)
지난달 19일 (왼쪽부터)박선영·조영달·조전혁 후보가 각각의 방법으로 6.1 교육감 선거 출정식을 진행했다.(사진=박영선 조뎡달 조전혁 선거캠프)

3차 단일화 추진, 사실상 책임 회피 위한 명분 싸움?


박선영·조영달·조전혁은 각각 본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때도 물밑에서는 세 후보 간 단일화가 추진되고 있었다. 세 후보가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게 아닌 개개인의 만남들을 이어 갔고 분기점은 조영달이 박선영·조전혁에게 1:1 릴레이 면담 진행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면서부터 진행됐다. 특히 그는 '정책토론 50%+여론조사 50%'를 제안해 보수 진영에서는 다시 한번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만남들이 성사되며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조전혁 측에 따르면 조영달이 협상에 나왔지만 정책토론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또 그간 주장한 교육자들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등 아무 제안이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때 조전혁의 막말 사태가 발생했다. 조영달 측에서 조전혁과의 면담을 몰래 녹음했고, 유출인지 유포인지 모를 녹음 내용 중 일부에서 조전혁은 박선영을 '미친X'로 지칭했다.

겉으로는 내부총질 네거티브가, 물 밑에선 단일화 물밑 협상이 진행되는 예민한 상황에서 네거티브는 더 날카로워졌고, 결국 단일화는 깨졌다.

3명의 후보는 각자 단일화를 하려 했으나 상대와 협의가 원만치 않다, 자신의 의사 반영이 안 된다 등 그간 해왔던 말들만 반복하며 책임을 상대 후보들에게 떠밀었다.

후보들의 단일화 실패 책임 회피 명분 쌓기에 상처는 더 커졌고 봉합은 더 어려워졌다.

(왼쪽부터) 박선영·조영달·조전혁·조희연 서울교육감 후보가 지난달 23일 진행된 후보자토론회에 참석했다.(사진=SBS 캡처 및 편집.)
(왼쪽부터) 박선영·조영달·조전혁·조희연 서울교육감 후보가 지난달 23일 진행된 후보자토론회에 참석했다.(사진=SBS 캡처 및 편집.)

상대는 조희연 후보인데, 조전혁 향한 내부 총질 이유는 ‘돈?’


세 후보는 시작부터 조희연 교육감의 서울교육 8년을 이구동성 비판했다. 그러나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이들은 조희연에게 겨눴던 총구를 보수 후보간 내부 방향으로 돌렸다.

특히 본후보 등록 이후에는 단일화 실패 책임을 서로에게 물으며, 상대의 과거를 캐고 폭로하고, SNS를 통해 확산시키는 막장을 줄기차게 보였다.

이들 보수 3명의 후보가 조희연을 상대하기보다 내부 총질에 열을 올린 이유는 득표율 15%를 넘는 것으로 목표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5% 이상 득표해야 법정선거비용을 100% 보전 받기 때문이다.

그간 서울교육감 선거 결과를 보면, 이번 선거에서도 조희연 득표율은 35~45%까지, 중도보수표는 55% 내외로 예상됐다. 단일화가 실패하면 조희연이 당선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3명의 후보가 끝까지 선거에 나선 것은 15% 이상 득표를 위한 싸움이라는 의미 밖에 남는 것이 없었다.

보수 진영이 내부 총질에 전념하는 사이 조희연은 강신만과 단일화에 성공하며, 확실한 표들을 챙기는 쐐기를 박았다. 단일대오를 이루는 진보 진영의 모습은 보수 진영과 대비되는 아주 좋은 모습이 연출됐다. 

(사진=조전혁TV 캡처)
(사진=조전혁TV 캡처)

아군의 탈을 쓴 악마(?), 시민단체


선거과정에서는 알 수 없는 단체들이 나서 각 후보 지지선언에 열을 올렸고, 각자 자기들 입맛에 맞는 후보를 단일후보로 추대하는 등 난잡한 모습이 계속됐다. 본후보 등록을 하루 앞두고 김무성 전 국회의원 등이 참여한 단체가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일도 빚어졌다.

이들은 각각의 후보와 면담을 갖고 일방적으로 100%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로 진행으로 결정했으나 박선영만 서약식에 참여하며 무산됐다. 그런데, 불과 며칠 전 이주호 단식과 사퇴로 만들어진 조전혁과의 단일화 협의에서는 기존 여론조사를 반영하자고 했던 박선영 후보가 100% 새로운 여론조사를 수용했으니 사람 마음은 모를 일이다.

5월 28일 주말에는 뜬금없이 범보수단일후보 추대식이 열렸고 박선영·조전혁이 참석했다. 이들은 조영달은 보수 후보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추대식을 열어놓고는 추대하지 않았다. 제안한 방안도 없었다. 그저 두 후보가 담판을 지어 결론 내라고 압박하는 자리밖에 되지 않았다.

두 후보는 하루의 시간을 더 요청했으나 또 문제가 발생했다. 박선영이 다음날인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전혁 지지자들이 불법선거운동을 한다며 조전혁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전혁이 저녁에 비밀 회동을 깼다고 비판했다.

조전혁은 오후 4시에 양자 만남을 제안, 8시에 만나기로 해놓고, 5시에 기자회견 열고 사퇴하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고 되묻기도 했다.

선거를 이틀 앞둔 30일에는 단일화 추진 기구의 협박성 진행이 문제됐다. 해당 단체는 오후 3시에 박선영·조전혁에게 공문을 보내 5시까지 모이라고 했다. 장소에 오지 않으면 포기하는 것으로 알고 참석한 후보를 단일후보로 추대하겠다고 했다. 

결국 박선영은 참석했고 조전혁 측은 선대위원장이 대신 참석하면서 이들은 박선영을 단일후보로 추대했다. 그런데 당초 814개 단체가 모였다는 이들의 최종 추대서에 기재된 단체는 20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육을 이끌어 아이들 교육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보수후보들은 민낯을 보여줬고 막장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막장 드라마 종편은 조전혁(23.49%)·박선영(23.10%)·조영달(6.63%) 낙선, 조희연 서울교육감 3선 성공으로 끝났다.

막장 드라마는 끝났지만 3명 후보 진영은 아직도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게 보수 교육계의 현주소다. 진보 교육계와 너무 큰 수준 차이다. 서울에서 보수 교육계는 진보 교육계로부터 많은 배움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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