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대금 내지 않고 도망간 손님 붙잡아 음식대금 받아 내면 자구행위
지갑에서 현금 꺼내가는 것 목격하고도 만류하지 않으면 피해자의 승낙
학교에서 학생 징계하는 행위는 정당행위
[교육플러스] 학교에서 교원의 중과실 등이 원인이 되어 사고가 발생하면 민사책임으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형사책임, 이와 더불어 징계 책임까지 지게 돼 교직생활에 치명적 오점을 남기게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교원은 사고가 발생 시 자신의 권리를 알지 못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고민만 하는 경우가 흔하다. <교육플러스>는 임종수 전 교장(법학박사)과 함께 교원의 권리보호, 사고 책임과 불이익을 예방하는 수칙을 스스로 마련하고 대처할 수 있는 담론을 나누고자 한다.
[교육플러스] 형법의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는 적법한 행위가 되므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5가지 위법성조각사유 중 지난 연재에서는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을 알아보았으므로 이번 연재에서는 자구행위, 피해자의 승낙, 정당행위를 살펴보기로 하자.
자구행위
자구행위란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서는 청구권을 보전할 수 없는 경우에 청구권의 실행이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히 곤란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권리자가 직접 자신의 힘으로 상당한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자구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자구행위는 사후적 긴급행위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은 사전적 긴급행위이고 타인을 위한 경우에도 성립 가능하지만 자구행위는 사후적 긴급행위이고 타인을 위한 경우에는 성립할 수 없다.
가령 음식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갔던 손님을 붙잡아 음식대금을 받아 내거나, 길가에서 우연히 만난 도둑으로부터 잃어버린 물건을 빼앗는 경우 등이 자구행위이다. 절도범을 현장에서 추적하여 탈환하는 경우는 정당방위에 해당하지만 상당한 기일이 지난 후 잃어버린 물건을 탈환하는 경우는 과거의 침해이므로 자구행위에 해당한다.
피해자의 승낙
피해자의 승낙이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자기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을 허락하는 것을 말한다. 형법은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
피해자의 승낙은 법률상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의 승낙이어야 한다. 승낙할 수 있는 능력은 피해자가 법익 침해의 결과를 인식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통찰력 판단력이 있어야 함을 의미하므로 유치원 아동이나 초등학생은 처분할 수 있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 윤리적·도덕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이 아니어야
또한 승낙은 윤리적·도덕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따라서 고등학생의 승낙이라도 자신에게 교사가 체벌을 가하는 것을 승낙하는 것은 자신의 신체적 법익 침해를 승낙하는 것으로 사회상규에 반하여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예컨대 교사가 회초리로 학생의 승낙을 받고 종아리를 때리는 경우를 가정했을 때, 피해학생이 고등학생인 경우 교사의 행위는 학생의 신체적 법익 침해로서 윤리적·도덕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의 승낙이 있다고 하여 종아리를 때리거나 손바닥을 때리는 등 체벌하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고 교사는 폭행죄나 상해죄 등의 책임을 져야한다.
또한 학생의 부모가 “우리 아이는 때려서라도 잘 키워주세요”라로 했더라도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의 승낙이 아니다. 학생의 신체적 법익은 부모도 침해할 수 없으며 역시 윤리적·도덕적으로 사회상규에 반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승낙 받고 체벌했어도 벌금
실례로 학원 강사가 초등학생 부모로부터 “체벌해도 좋다”는 승낙을 받고 학생이 시험을 못 쳤다는 이유로 나무 막대기로 발바닥을 수차례 때린 사건이 있었다. 이 사안에서 재판부는 "아동복지권은 아동의 법정대리인이 처분할 수 있는 승낙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체벌에 관한 승낙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승낙이 있는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울산지방법원 2019 판결).
한편 피해자의 승낙은 추정적 승낙으로도 가능하다. 가령 부재중인 옆집에 화재가 발생한 것을 보고 주인의 승낙 없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옆집을 침입하는 경우는 위법성이 조각된다.
피해자의 승낙을 인정한 판례는 동거 중인 피해자의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가는 것을 피해자가 현장에서 목격하고도 만류하지 아니하였다면 피해자가 이를 허용하는 묵시적 의사가 있었다고 보아 절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85 판결).
정당행위
정당행위는 국가적·사회적으로 정당화되는 행위이다. ‘형법’에서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대표적인 예로 학교에서 학생을 징계하는 행위는 ‘초·중등교육법’제18조에 따라 징계하므로 법령에 의한 행위이고, 의사가 치료목적으로 환자의 손가락을 자르는 행위는 업무로 인한 행위이다.
그리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학생 담배 빼앗는 과정에서 책가방 빼앗거나 팔을 잡아당기는 정도는 정당행위
예컨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을 발견한 교사가 학생지도를 위하여 담배를 빼앗고 훈계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책가방을 빼앗거나 팔을 강하게 잡아당기는 정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일 것이다.
하지만 훈계 과정에서 뺨을 때리거나 고막이 파열되면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폭행죄 또는 상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인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 요건으로는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법익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대법원은 교사가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 개별적으로 훈계, 훈육의 방법으로 지도·교정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낯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데서 공개적으로 학생에게 체벌·모욕을 가하는 지도행위라든가,
학생의 개인적 사정에서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주는 지도행위 등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에 포함될 수 없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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