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플러스] 교사들이 가장 행복한 시간은 아이들을 만나서 수업하는 시간 아닐까. ‘특수교사, 수업을 요리하다’는 책을 쓰면서 수업에도 감칠맛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양한 레시피를 보면서 알 수 있었다. 특수교사들은 학생들의 다양한 배움 욕구를 다양한 수업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업에 대한 특제비법 레시피를 다각적인 접근에서 제시하고 특히나 개인의 개별성을 감각적인 접근으로 진행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특수교사들의 목마름을 해결해줄 수 있는 귀한 수업 레시피가 되길 바란다.

(사진=김은미 교사)
(사진=김은미 교사)

자연과 소통하면서 상상하는 힘은 산책하는 활동으로 더 확장될 수 있다. 산책을 통해 학생들에 대한 변화를 목도하고 직접 경험하는 것은 나에게 참 귀한 수업의 재료이자 상상력이었다.

지적인 학습이전에 몸을 깨우는 활동을 발도르프에서도 12감각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이 감각의 발달을 3단계로 나누어 하위감각, 중위감각, 상위감각이라고 하는데 하위감각은 0-7세의 발달이고 이것은 다시 4개의 감각으로 나뉜다.

특별히 육체적인 몸의 감각을 깨우는 것으로 촉감, 생명감각, 고유운동감각, 균형감각을 통해 몸을 형성하는 에너지를 잘 발달시키고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시기이다.

우리가 만나는 학생들은 이 시기를 온전히 경험하는 일이 별로 없다. 예를 들면 촉감은 많이 만져보고 빨아보고 부딪혀보는 활동을 통해 경험하게 된다.

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이런 경험을 하기도 전에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감각의 발달을 차단당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다른 사람과의 경계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경계를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발 감각의 촉각을 통해 학생들은 세상을 지지하고 독립된 학생으로 서는 방법을 경험하게 되는데, 보통의 학생들은 보면 잘 못 걸으니 유모차나 안아주는 행위 등으로 발달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이러한 감각의 발달이 없이는 어떤 발전도 있을 수 없다.

서로 만지지 않고서 소통하고 발전하는 존재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학생 발이 자연 바닥을 딛고 서고 지지하고 걸어가는 산책활동은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업에서 아주 좋은 재료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산책을 통해 자연에서 가져오는 재료들은 다시 수업의 좋은 재료로 사용되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 줄 수 있다. 돌이나 나뭇가지, 흙 등을 자연에서 가져오고 자연으로 돌려줄 수 있어 플라스틱이나 가공의 재료가 가지고 있는 환경쓰레기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자연을 산책하는 활동으로 수업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감각이 생명감각이다.

생명감각은 특히 고통이나 부재를 통해 느끼는 감각으로 산책을 통해 다리가 아프면 우리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학생들이 더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극복하는 과정들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다.

우리 반 학생들이 평지를 걸어갈 때는 균형을 잡는다든가 다른 시각적 자극을 느끼지 못했는데 계단으로 되어 있는 곳을 걸어갈 때는 한 다리로 지탱을 하면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양손을 뻗어 균형 잡는 모습을 보았다. 산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주의하고 집중하는 모습도 보았다.

이때 힘들 때 잠깐 쉬면서 본 꽃이나 나뭇가지에서 아이들은 일상에서 발견하는 기쁨을 알아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자연에 나가면 학생들은 자연이 주는 시각적인 편안함 때문인지 너무나 재미있게 자연을 탐색하고 즐겼다.

학생들과 주기적으로 산책하는 활동들을 연계해 진행, 2주일에 한번 산책과 미술관 가는 길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미술관 가는 길 프로젝트는 숲 체험 활동과 연결 지어 다른 학교 특수학급선생님들과 1년여 동안 진행했다. 자연에서 발견한 재료들로 작품을 만들고 활동하는 것 자체로 아이들은 너무 행복해 했다

세 번째로 학생들이 산책이나 걷기를 통해 발견하는 것은 고유운동감각이다.

학생들은 각자의 속도가 있고 그 속도대로 성장한다. 때로는 장애로 인해 늦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손톱이 언제 자라났는지 모르게 자라고 있는 모습을 너무 많이 경험했다.

이 감각이 고유운동감각이다. 이 운동감각은 학생들이랑 산책을 나가면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산책활동을 주기적으로 하게 되면 학생들은 꾸준함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꾸준함을 통해 더 깊이 있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어린 아이가 한권의 책을 자신이 소화할 수 있을 때까지 읽고 곱씹는 모습과 유사하다.

이것은 어른인 우리가 어떤 책을 읽을 때 - 어렸을 때 청소년기 때 성인이 되어서 읽을 때 - 마다 다른 관점으로 보는 것과 같은 그런 개념이다.

학생들은 동일한 산책노선에서도 각 계절이 주는 느낌과 날씨가 주는 변화의 느낌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활동은 수업에서 지식적인 부분들에 대한 배움이라기보다는 감각적으로 꾸준하게 무언가를 하게 하는 의지를 길러주고 마음을 낼 수 있는 것들을 제공한다.

우리는 물을 먹기 위해 손을 뻗지만 실제는 목마름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아무리 물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것이다. 학생들에게도 산책이라는 수업활동은 이런 의미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상상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활동이다.

네 번째로 이러한 3감각이 종합적으로 키워질 수 있는 것이 균형감각이다.

산책활동을 통해서 종합적인 감각이 발달하지만 제일 많이 발달하는 것이 균헝감각이다.

나의 경험 상 산책을 하자 학생에겐 대소변 처리하는 능력이 생겼고, 손 근육의 힘도 생기고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도 생기는 경우를 많이 봤다. 결과적으로 산책은 학생에게는 성장과 기쁨을 주는 엄청 유익한 수업 레시피였다.

김은미 세종누리학교 교사.
김은미 세종누리학교 교사.

참고자료 : 특수교사, 수업을 요리하다!(매체편, 현장에서 들려주는 수업 레시피), 교육과학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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